사촌형 회장 세우고 매제에 자금관리 맡기고…김성태 가족 경영 도마

입력
2023.02.08 04:00
8면
[수상한 왕국:쌍방울·KH그룹의 비밀]
쌍방울그룹 내 김성태 친인척 8명
가족 내세운 '그림자 경영' 도마에
"가족경영 유지 숨길 게 많다는 것"
쌍방울 "그림자 경영으로 보기 어렵다"

편집자주

한국일보는 M&A를 통해 사세를 확장한 쌍방울·KH그룹의 수상한 역사를 두달 간 추적했다. 이들은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덩치를 키웠고, 수상한 자금이 모이는 곳에 모습을 드러냈으며, 검찰·정치권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별종 왕국을 건설한 두 그룹을 해부했다.


"친동생(김모 쌍방울그룹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 같고, 여동생 남편(김모 전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은 태국 파타야 감옥에 가 있고, 사촌형 양선길 (쌍방울) 회장은 저와 같이 구속돼 집안이 완전히 초토화됐습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지난달 15일 언론 인터뷰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달 초 횡령·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김 전 회장 가족들도 함께 기소되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이 가족을 내세워 '그림자 경영'을 하면서 범행에 가담했거나 연루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10년 전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당시 수사를 받았던 친인척들은 지금도 김 전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활동하고 있다.

7일 한국일보가 쌍방울그룹 내 상장사와 비상장사 법인 등기부등본 51개 등을 확인한 결과, 계열사에서 근무했거나 근무 중인 김 전 회장 친인척은 확인된 사람만 8명이다. 등기이사가 아니거나 언론에 언급되지 않은 이들을 포함하면 더 많아질 수 있다. 김 전 회장이 태국에 도피했을 당시 수행비서 역할을 했던 서모씨도 김 전 회장의 조카이지만, 쌍방울그룹 소속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김 전 회장 가족이면서 경영에 가장 깊이 개입한 인물은 사촌형 양선길 회장이다. 양 회장은 2011년 8월 쌍방울 사외이사로 시작해 2013년 10월 대표이사에 오른 뒤 2018년 3월 물러났다. 2021년 6월에는 쌍방울그룹 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광림 사내이사 △SBW생명과학 대표이사 △디모아 대표이사 △칼라스홀딩스 사내이사 △SBW호텔(해산 간주) 사내이사 △케이에스와이위너스(광림 계열사) 대표이사 △앤리치홀딩스(광림 계열사) 사내이사 등을 거쳤다.

양 회장은 김 전 회장과 운명을 함께했다. 검찰 수사를 피해 지난해 5월 해외로 도피했지만, 지난달 17일 국내로 함께 송환됐다. 양 회장은 김 전 회장과 공모해 358억 원 상당의 회사 자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쌍방울그룹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는 김 전 회장 매제다. 그는 지난해 12월 태국 수사기관에 체포돼 현지 법원에서 송환 거부 소송을 제기했지만, 소송을 포기하고 조만간 귀국할 예정이다. 그룹 내 자금 흐름을 가장 잘 알고 있어 김 전 회장의 각종 혐의를 규명해줄 키맨으로 꼽힌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계열사 간 자금 이동을 묻는 질문에 "김씨가 맡아서 나는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

김씨는 2010년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 전 회장과 함께 시세조종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 김 전 회장 지시로 '주포'로 활동하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회장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구속된 친동생도 쌍방울 주가조작 당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김 전 회장 아내(광림 전 사내이사)와 제수(광림·아이오케이컴퍼니 전 사내이사)도 주가조작 당시 통장을 제공해 판결문에 이름을 올렸다. 주가조작에 관여하진 않았지만, 여동생은 디모아에서 사외이사로 근무했고, 처제는 칼라스홀딩스에서 사내이사로 근무 중이다.

“가족 경영은 자금 흐름 투명하지 않다는 것”

전문가들은 가족 경영을 하는 것 자체가 자금 흐름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설명한다. 기업분석 전문업체인 리더스인덱스 박주근 대표는 "상장사임에도 가족 경영을 하는 기업들의 특징은 숨길 게 많다는 것"이라며 "가족 경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견제와 균형이 무너졌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쌍방울그룹은 이에 대해 김 전 회장 친인척들이 이사로 등재된 경우는 극히 일부라고 해명했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전문성 등에 따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임했으며, 친인척이 이사로 등재돼 있다고 '그림자 경영'을 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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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원 기자
조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