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에 한국 등 터진다... "수출 1.7%, GDP 0.3% 감소"

입력
2023.02.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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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시사점'
"中 공급망 차질→글로벌 물가상승률↑"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 심화로 수출에 타격을 받으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1~0.3%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7일 이 같은 내용의 ‘향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시사점’ 보고서를 공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영향 축소 등으로 지난해 이후 글로벌 공급망 압력이 완화했으나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 활동 재개(리오프닝) △중기적으로 경제ㆍ지정학적 분절화가 리스크 요인으로 잠재해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그간 ‘제로(0) 코로나’ 정책 유지로 인한 중국의 공급망 차질은 글로벌 교역을 위축시키고, 주요국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구체적으로 국가별 공급망 압력지수상 중국에서 1표준편차의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면 글로벌 무역은 1년간 0.3~0.5%포인트 둔화하고, 물가상승률은 0.2~0.5%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향후 중국 리오프닝이 본격화하면 글로벌 경기 진작 효과는 크겠지만, 물가는 중국 공급망 차질 완화에 따른 하방 요인과 원자재 수요 확대라는 상방 요인의 혼재로 불확실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중기 위험 요인으로 미ㆍ중 갈등과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분절화가 지목됐다. 지난해 기준 반도체 수출의 55%를 중국에, 자동차 수출의 40%를 미국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특히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 2017년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대중 수출이 추세 대비 3% 줄었던 경험에 비춰볼 때 미ㆍ중 무역 갈등이 우리 수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경우 명목 총수출액은 1.0~1.7%, 실질 GDP는 0.1~0.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수출 측면에서 중국 또는 미국과 관계가 아예 단절되는 극단적 상황에선 각각 최대 1,500억 달러, 1,100억 달러 손실이 발생한다고 보고서는 추산했다.

박경훈 조사국 모형전망팀장은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변화는 거시경제와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시각과 대응을 요구한다”며 “산업 측면에선 그간 중국 특수로 지연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신기술과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논의에도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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