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 이어 풍선도 군사분계선 넘었다

입력
2023.02.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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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적성 없어"... 수시간 후 동해로 빠져나가


북한에서 날아온 풍선 1개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한때 우리 영공을 침범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이 날린 ‘정찰 풍선’이 미국 핵미사일 기지 등이 위치한 주요 지역을 훑고 지나간 후 발생한 사건이지만, 우리 군은 적성 혐의가 없는 기상 관측 풍선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6일 “어제 북한 지역에서 날아온 풍선 1개를 식별해 조치했다”며 “특이사항이 없어 상황을 종료했다”고 밝혔다. 풍선의 크기는 약 2m가량으로 경기 연천군 지역 전방 부대의 열영상감시장비(TOD) 관측병이 최초 식별했다. TOD 장비로 충분히 식별 가능할 정도로 낮게 비행했으며 지난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때와 달리 이번 풍선 침범은 합동참모본부에도 즉각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풍선은 기류를 타고 동쪽으로 이동해 동부전선 전방 부대에서도 관측됐으며 수시간 후 동해로 빠져나갔다고 군 소식통은 밝혔다. 합참은 해당 풍선이 적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해 대공상황 감시 강화 지침만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우리나라나 해외에서도 기상 관측용 풍선을 날려 보내곤 한다”며 “과거 사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했을 때 기상관측용 풍선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중국이 띄운 정찰 풍선이 미국 주요 지역을 관측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북한의 풍선 역시 정찰 목적을 띨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몬태나주 상공에서 발견된 버스 3대 크기(지름 20~30m 추정) 중국제 풍선에는 태양전지판이 달려 있었고 카메라와 레이더 등을 탑재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은 중국 풍선이 3일 대서양으로 빠져나가자 인명피해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최첨단 스텔스전투기 F-22를 출격시켜 즉각 격추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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