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장애라 불리는 비이성적 행동 혹은 증상의 정신의학적 진단명은 ‘간헐적 폭발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이다. 유전적 환경적 사회심리적 요인 등 복합적 원인에 의한 ‘충동조절장애’의 일부다. 충동조절장애에는 병적인 도벽이나 방화, 강박적으로 자기 머리카락을 뽑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행위, 다양한 중독 증상 등도 포함된다.
우울증을 정서적 나약함과 동일시하거나 ‘몸이 편하니까’ 생기는 정서적 사치로 치부하는 사회적 편견처럼, 간헐적 폭발 장애 역시 ‘약자에게만 발현되는’ 비열한 갑질로 치부하는 것은, 실제로 질병을 방패처럼 악용하는 경우가 없지 않겠고 그런 의심이 든다고 하더라도, 마땅히 삼가야 할 태도다. 행위 당사자가 감당해야 할 법적 책임과 사회적 비판(비난)과 별개로, 실제 이 병증의 진단을 받은 이들에게 이러한 조롱은 사회적 낙인처럼 다수에 의한 무형의 폭력이 될 수 있다. 미국정신의학협회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이 정리한 간헐적 폭발 장애 진단 기준 중에는 ‘공격성 및 감정 폭발이 계획된 것이 아니고, 목적 없이 일어난다’는 항목이 있다.
1994년 2월 8일, 미국 배우 잭 니컬슨이 운전 중 노스 할리우드의 한 도로에서 신호에 걸려 멈춰 서게 되자 차 트렁크에서 골프채를 꺼내 앞차 유리와 지붕을 깨부수는 경범죄(폭행 및 기물파손)를 저질렀다. 앞차 때문에 신호등에 걸리는 바람에 너무 화가 나 “정신이 나갔다”는 게 그의 해명이었다. 비공개 합의를 통해 사건을 무마한 직후 인터뷰에서 그는 당시 일련의 일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며 “내 삶에서 가장 부끄러운 사건”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프로농구 경기장에서 심판 판정 등에 분노해 너무 격하게 고함을 지르다 퇴장 경고를 한 차례 이상 받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2번 받고, 특히 분노 연기의 대가로 꼽히는 그가 간헐적 폭발 장애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