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최근 440억 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울산의 한 주상복합 분양 사업에서 발을 뺐다. 분양시장 침체로 대거 미분양이 예상되는 만큼 공사 전 미리 손절하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방 중심으로 공사 계약이 어그러지는 사업장이 줄 이을 거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울산동구일산동푸르지오' 신축 건설을 맡지 않겠다고 시행사에 통보했다. 울산 동구에 644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 사업으로, 대우건설은 2021년 이 사업 시행사와 시공계약을 체결했다. 시행사가 이미 토지를 확보했고, 대우건설은 단순 도급사로 참여했다.
시행사는 이후 금융권에서 1,000억 원의 브릿지론 대출을 받았다. 통상 사업 초기에 토지 대금과 건설 인허가 비용을 치르기 위한 브릿지론은 착공 단계 때 금융사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상환한다. 이후 분양을 통해 들어온 계약금, 중도금 등으로 공사대금을 치른다.
그런데 대우건설은 첫 단계에서 손을 뗐다. 대우건설은 시행사가 1,000억 원 대출을 받을 때 440억 원 규모의 후순위 연대보증을 섰는데, 이번에 만기 도래한 440억 원 전액을 아예 상환한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손해를 보고 철수한 배경에 대해 "그나마 최선의 선택"이라면서도 "우리도 시장 침체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2년 전 시공계약 당시와 비교하면 공사비가 급등해 수익을 내려면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한데, 울산은 청약 경기도 최악이라 이런 조건으로는 '분양 백전백패'가 뻔하다는 것이다. 분양률이 저조하면 결국 공사비를 받지 못해 회사에 더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게 대우건설 판단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4분기 실적에 이를 선반영했다.
현재 브릿지론 만기가 3개월 연장된 만큼 시행사는 이 기간 대체 건설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형 건설사도 사업성이 없다며 발을 뺀 상황이라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을 거란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위기다. 지방의 한 중견건설사 대표는 "PF대출 금리가 폭등한 터라 현재로선 브릿지론을 갚고 사업을 접는 게 더 나은 판단일 수도 있다"며 "지방에서 유사 사례가 뒤이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