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수수료 면제ㆍ금리 인하 경쟁에 불이 붙었다. 고금리 수혜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는 따가운 눈총 속에 대통령마저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고 나서자 앞다퉈 소비자 환원 조치를 쏟아내는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10일부터 시중은행 최초로 만 60세 이상 고객의 창구 송금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고 5일 밝혔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일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모바일ㆍ인터넷뱅킹 이체(자동이체 포함) 수수료 면제를 시작했는데, 비대면 금융 업무가 익숙지 않은 시니어 고객도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대상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혜택을 받는 고객은 약 2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은행의 동참 여부도 주목된다. 온라인상에선 ‘수수료 0원’이 이미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잡았다. 신한은행이 물꼬를 튼 이후 KB국민은행이 동참, 지난달 19일부터 인터넷뱅킹 타행 이체와 자동이체 수수료를 모두 없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오는 8일과 10일, NH농협은행은 3월부터 비대면 타행이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이들 은행은 취약 차주의 중도상환 수수료를 1년간 면제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은행들은 이례적인 수수료 감면 조치를 ①“취약계층 금융 부담 완화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은행 건전성 관리를 위해서도 필요한 지원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자 장사’로 역대급 실적을 낸 은행권이 ②부정적 이미지 탈피를 도모하려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KBㆍ신한ㆍ하나ㆍ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 전망치 평균은 약 16조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2021년 순이익을 2조 원 이상 웃돌았다.
③정치권과 금융당국 압박 또한 커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 이익의 3분의 2를 주주 환원과 성과급에 사용한다면 최소한 3분의 1은 금융 소비자 몫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 30일엔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 윤 대통령은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직후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지배구조 개입도 시사했다.
다급해진 은행들은 마진과 직결된 가산금리도 자진 인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 역시 점점 내리는 추세다. 지표금리가 떨어진 영향도 있지만, 대출금리 하락폭이 훨씬 크다. 3일 기준 4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4.95~6.89%로 한 달 전인 지난달 6일(연 5.08~8.11%) 대비 상단이 1.22%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신규취급액 기준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ㆍ코픽스)는 0.05%포인트 내렸는데, 그보다 25배 가까이 하락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