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원들에게 밥 짓기와 빨래를 시킨 데 이어 성추행과 부당지시, 괴롭힘까지 일삼아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구태 문화가 전국 사업장에서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 새마을금고, 신협 등 중소금융기관에 대한 기획감독을 지속적으로 벌이기로 했다.
고용노동부가 5일 발표한 '중소금융기관 기획감독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새마을금고 및 신협 60개소에서 노동관계법 위반사항 297건과 직원 829명에 대한 9억2,900만 원의 체불임금이 적발됐다.
이번 기획감독은 지난해 여름 진행된 대전 구즉신협과 전북 동남원새마을금고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결과 전반적인 조직문화가 취약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진행됐다. 신고·제보가 들어왔거나 문제점이 언론에 보도된 곳 등을 중심으로 새마을금고 37개소, 신협 23개소가 대상이 됐으며,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도 함께 실시됐다. 중소금융기관에 대한 고용부의 대대적인 기획감독은 처음이다.
감독 결과 가장 심각했던 것은 만연한 성차별이었다. 성희롱·성추행은 물론 여성 직원에게만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모성보호 규정을 위반하는 사례도 부지기수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수의 직장 상사가 여성 직원의 머리를 쓰다듬는다거나 손 만지기, 볼 꼬집기, 백허그를 하고 성적인 발언을 한 사례도 적발됐다"고 밝혔다. 설문조사에선 여성 직원에게만 커피 심부름이나 설거지를 시킨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특별감독 때 지적된 문제점이 조직 전체에 만연한 것이었다.
그 외 다양한 성차별 사례가 드러났는데 △남성 직원에게는 1년에 50만 원씩 지급되는 피복비가 여성 근로자에게는 지급되지 않았고 △같은 조건(세대주)인데도 여성 직원에게만 가족수당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임신 중인 여성 직원에게 시간 외 근로나 휴일 근로를 시키고 △육아휴직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거나 △배우자 출산휴가를 법적 기준(10일)보다 적게 부여하기도 했다. 부부 직원 중 한 명에게 퇴사를 종용한 사례도 있었다.
욕설·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도 다수 적발됐다. 지각했다는 이유로 직원의 아버지에게 전화해 큰 소리를 지른 사례, 상사의 대학원 리포트와 논문을 대신 쓰게 하거나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키고, 자녀의 학교 숙제를 맡긴 사례 등 갑질에 대한 증언이 쏟아졌다. 연장근로한도 위반, 휴게시간 미부여나 최저임금 미지급, 근로조건 서면 명시의무 위반,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등 다수의 법 위반사항도 적발됐다.
이런 문제를 파악한 고용부는 지난 3일 국내 4대 중소금융기관(새마을금고, 농협, 신협, 수협) 중앙회 임원들을 불러 전사적인 조직문화 혁신을 강하게 주문했다. 지난해 말 전북의 한 농협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30대 직원이 극단 선택하는 등 여전히 유사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고용부는 기획감독을 전국의 다른 사업장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중소금융기관의 조직문화가 변할 때까지 지속·집중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