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협상을 먼저 제안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양측의 무력 대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협상장에서 마주 보고 구체적인 행동 강령을 만들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아세안은 내달 회원국을 먼저 모아 대(對)중국 협상 전략부터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5일 스트레이츠타임스 등 동남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올해 아세안 의장국을 맡은 인도네시아의 레트로 마르수디 외교장관은 전날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종료 연설에서 "아세안은 올해 '남중국해 행동강령'(COC)을 확정하기 위해 움직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에 협상 참여를 촉구한 것이다.
COC는 아세안과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확대를 막기 위해 지난 2002년 발표한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선언'(DOC)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조약을 뜻한다. 양측은 2018년 COC 초안 작성 작업을 시작하기로 합의했지만, 지난 5년 동안 실질적 협상을 진행하지 못했다. 중국이 지속적으로 분쟁 지역에 군함을 파견하거나 무인도를 군사기지화하는 작업을 이어간 탓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아세안은 중국과의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앞서, 다음 달 자체 회의부터 진행할 방침이다. 중국의 일방 주장을 방어하기 위해 국제법에 근거한 자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협상장에 앉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아세안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 등 '강경파' 6개국과 '친중파' 태국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4개국으로 분열돼 있는 상태다.
동남아 외교가 관계자는 "아세안 의장국이 '친중파' 캄보디아에서 '강경파' 인도네시아로 바뀌면서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아세안 공동대응의 기조도 급전환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도 동남아 국가들과 남중국해 갈등이 이어지는 걸 부담스러워하고 있어 COC 협상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아세안은 지난 1일로 군부 쿠데타 발발 2년을 맞은 미얀마 사태의 해법도 모색했다. 우선 미얀마 군부에 "폭력사태 종식·모든 정치세력과 면담 등 아세안과의 5대 합의사항을 빠른 시간 안에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얀마 현지를 방문할 아세안 특사단 구성 방식과 후보군 등에 대한 논의도 이어갔다.
현재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은 동티모르를 신규 회원국으로 승인하기로 결정했다. 11번째 회원국이 될 동티모르는 올해 아세안정상회의 등에 참관국(옵저버) 자격으로 참석한 뒤, 오는 11월 정식 회원국 승인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