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장기 적출, 공안의 증거 조작 등 갖은 추측을 불러일으키며 100일 넘게 중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장시성 고교생 실종 사건'이 결국 극단적 선택에 따른 사망 사건으로 결론 났다. 가뜩이나 수사 결과가 석연치 않다는 의혹의 눈길이 커지는 가운데, 사망자 주변인과 온라인상의 의혹 제기를 단속하고 나선 공안 당국의 행동이 의혹을 부채질하고 있다.
중국 공안 당국 발표를 종합하면, 중국 장시성 예산현의 고등학교 1학년인 후모군은 지난해 10월 14일 야간 자율학습 도중 홀로 학교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실종 신고를 받은 현지 공안은 수색에 나섰지만, 후군의 행방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그사이 후군의 모친이 인터넷에 아들을 찾아 달라는 글을 올리며 세상에 알려졌다. 특히 장기 밀매 조직에게 납치돼 살해됐을 것이란 근거 없는 억측이 더해지며 중국 온라인은 한동안 후군 실종 사건에 대한 관심으로 들끓었다.
미제 사건으로 남는가 싶었던 차에 실종 106일 만인 지난달 28일, 후군의 시신이 발견됐다. 학교에서 불과 400m 떨어진 곡물 창고에서였다. 공안 당국은 수사 결과 중학교 때부터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 냈다.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그의 육성이 담긴 녹음도 확보했다고 전했다.
공안 당국의 이 같은 발표는 의문을 오히려 증폭시켰다. 시신이 발견된 장소가 애당초 공안의 수색 범위 안이었던 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판단의 근거 중 하나인 그의 육성 녹음은 공개하지 않은 점 등에서 당국이 사건을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운 것이다.
유언비어 확산을 막겠다는 당국 행동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대만중앙통신에 따르면 현지 공안은 후군 가족들을 강제로 현지의 한 호텔로 이동시켜 외부와의 접촉을 막았다. 현지 언론은 후군의 중학교 동창들에 대한 취재에 나섰으나, 친구들은 "이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해당 중학교 교문 앞에는 이미 경찰차까지 배치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당국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해 수사 과정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2일 열린 회견에서 장시성 합동수사반은 "후군 부검 결과, 두개골과 척추 등은 온전했다"며 "목 부위 출혈 등은 목을 매달았을 경우 나타나는 상흔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상의 '장기 적출설'을 의식한 듯 "장기 소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후군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남겼다는 육성 녹음 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녹취에는 "무의미하다. 이제 정말 죽고 싶다. 죽으러 가도 괜찮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106일 만에야 시신을 찾아낸 데 대해 당국은 "(시신이 발견된) 곡물 창고가 숲 안에 있었던 데다, 창고 부지에만 20여 채의 기숙사가 있었다"면서 "우리의 (수색) 작업에 결함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