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발칵 뒤집은 ‘중국 스파이 풍선’...동부 해안 상공서 전투기로 격추

입력
2023.02.05 07:15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상공에서 격추"
오스틴 "미국 본토 전략 시설 감시에 사용"
블링컨 방중 취소 이어 미중관계 악화일로


미국 공군이 4일(현지시간) 동부 해안 상공에서 중국의 ‘고고도 정찰 풍선’을 격추했다. 미국 본토에서 ‘스파이 풍선’이 처음 발견된 지 일주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격추 지시를 내린 지 사흘 만이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오후 바이든 대통령 명령에 따라 미군 북부사령부 소속 전투기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영공에서 중국이 보내고 소유한 고고도 정찰 풍선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라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브리핑에서 "고도 약 6만∼6만5,000피트(약 18∼20㎞) 상공에 있던 풍선을 버지니아주(州) 랭글리 기지에서 출격한 F-22 스텔스 전투기가 이날 오후 2시 39분 AIM-9 공대공미사일 한 발로 격추했다"고 설명했다.

미 CNN방송도 이날 오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상공에서 미군 전투기가 지나가면서 폭발과 함께 풍선이 떨어지는 영상을 보도했다. 주변 상공에는 여러 대의 미군 전투기가 날아 다니는 모습이 목격됐고 해상에도 함정들이 잔해를 수거하기 위해 대기 중이었다.

미국 정부는 격추 작전에 앞서 안전 확보를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 머틀비치와 찰스턴,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 등 동부 해안 인근 공항 3곳에서 항공기 이착륙을 중단시켰다.

오스틴 장관은 “중국이 미국 본토의 전략 시설을 감시하는 데 사용한 풍선은 우리 영해에서 격추됐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중국이 띄운 것으로 추정되는 정찰 풍선이 처음 미국 영공에서 발견됐다. 최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배치된 몬태나주 맘스트롬 공군기지 상공을 지나간 사실이 2일 공개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 정찰 풍선 이동 항적 아래에 있는 미국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 선에서 격추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영토 상공에 있는 동안 격추할 경우 풍선에 탑재된 정찰 장비 때문에 넓은 지역에 피해를 줄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미 국방부는 설명했다. 결국 정찰 풍선이 미 대륙을 횡단해 대서양 쪽 동부 해안에 이를 때까지 기다렸고 미국 영해 상공에 이르자 이를 격추한 것이다.

미국은 정찰 풍선 내 탑재 장비를 수거하는 대로 연방수사국(FBI)에서 조사할 것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잔해는 수심 14m 지점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3일 중국의 또다른 정찰 풍선이 중남미 상공을 통과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기상관측에 쓰이는 민수용 비행선이 통제력을 상실해 미국 영공에 진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스파이 풍선’이라고 반발했고 5일로 예정됐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3일 전격적으로 취소했다. 해빙기를 맞는 듯 했던 미중관계도 다시 냉각됐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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