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찰 기구 후폭풍...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중 일정 연기

입력
2023.02.04 01:11
1면
미 상공에 뜬 정찰 기구에 불발된 블링컨 방중
중국 "과학 연구용" 해명에도 미국, 연기 결정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중국 정찰 기구의 미국 본토 침범 비행 문제를 이유로 방중 일정을 연기했다. 이로 인해 향후 미중 관계가 더 얼어붙을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 ABC 방송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3일(현지시간) 이달 5~6일로 예정됐던 블링컨 장관의 베이징 방문 일정이 전격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방중 일정이 연기된 건 사실상 중국 정찰 기구 문제 때문이다. 미국은 2일 “전날 본토 상공의 고고도 정찰 기구를 적발해 추적 중이며, 해당 기구는 중국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구가 발견된 몬태나주(州) 빌링스 부근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설치된 맘스트롬 공군기지가 위치해 있는 만큼, 대화를 앞두고 민감한 사안이 터지자 미중간 긴장도 고조됐다.

중국도 기구의 존재를 시인함에 따라 심상치 않은 기류는 더 커졌다. 중국 외교부는 3일 밤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비행체는 중국의 것이 맞지만 기상 등 과학연구에 사용되는 것”이라고 해명하며 유감을 표했지만, 몇 시간 만에 미국이 방중 일정 연기를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초 이번 방중은 미국 국무장관으로서는 4년여만의 방문으로, 미중의 고위급 대화가 본격 재개되는 계기가 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를 앞두고 민감한 사안이 터지며 미중관계가 더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ABC 방송에 “블링컨 장관은 풍선 문제로 방문을 취소하며 상황이 과하게 가는 것을 원치 않았다”며 “현시점에 방문함으로써 중국과의 논의가 풍선 문제에 지배되는 것 역시 원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유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