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벨라루스 참가 아시안게임, 3위도 병역특례?

입력
2023.02.04 13:00
IOC·OCA, 러시아·벨라루스 선수 성적 불인정 방침
AG 1위만 병역특례... 두 국가에 밀려 2·3위 할 경우는?
병무청 "1위 인정 심사는 문체부 소관"
문체부 "아직 정해진 바 없어 답변 곤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비상등이 켜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를 적극 도운 벨라루스에 아시안게임 참가를 허용해서다. 기존 아시아 국가들 외에 경쟁해야 할 상대가 더 늘어나 우리 선수들의 성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병역특례 문제까지 꼬이게 생겼다. 관련 당국은 "최대한 선수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면서도 "아직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이다.

OCA는 9월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 500명을 초청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대한체육회를 포함한 45개 회원국에 통보한 상태다.

다만 양국 선수에게 성적에 따른 메달과 랭킹은 부여하지 않고, 개인 자격으로 참가해 참가 기념 메달만을 받는다고 했다. 예컨대 러시아나 벨라루스 선수가 우승해도, 2등인 아시아 국가 선수에게 금메달을 수여하겠다는 것이다.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 쿼터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OCA는 "아시아 선수들의 메달과 성적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OCA의 통보 공문에 '세부적인 경기 운영안'은 없어 체육계는 불안해하고 있다. 2021년 치러진 '2020 도쿄올림픽'에서 러시아선수단(ROC)은 메달 71개(금 20, 은 28, 동 23)를 따낸 전통의 스포츠 강국이고, 벨라루스도 육상 레슬링 체조 등의 종목에서 메달 7개(금 1, 은 3, 동 3)를 획득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지난 2일 본보와 통화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어떤 종목에 출전하고, 세부 종목별로 어떤 방식으로 경기를 운영할지 등을 질의하는 공문을 OCA에 보낼 예정"이라며 "OCA의 답변을 받아보고 가능한 우리 선수들에게 피해 안 가게끔 대응하겠다"고 답했다.

"결승서 러시아 만나면 금메달 확정?"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결승에서 러시아나 벨라루스 선수를 만나면 자동으로 금메달, 병역특례 확정되냐?", "결승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가 만나면 3등만 해도 병역특례 아니냐"는 질문이 회자됐다.

운동선수들이 병역특례를 받으려면 병역법 시행령 68조 11(예술체육요원의 추천 등)에 따라 '올림픽대회에서 3위 이상으로 입상'하거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1위로 입상'해야 하는데,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의 성적이 공식 인정되지 않으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2위, 또는 3위를 해도 병역특례 혜택을 받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양국 모두 강세인 종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예컨대 '2020 도쿄올림픽' 레슬링 남자 자유형 74㎏급에서 당시 세계랭킹 1위인 러시아(ROC)의 자우르벡 시다코프 선수가 금메달을, 벨라루스의 마고메드카비브 카디마고메도프 선수가 은메달을 차지했다. 만약 세계 최강인 두 선수가 출전할 경우, (물론 중동과 구소련 국가 등 다른 레슬링 강국을 넘어야 하겠지만) 한국 선수가 3등에 오르면 병역특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관련 부처와 단체는 "아직 명확히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체육회는 "OCA의 회신을 받아보고 우리 선수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논의해보겠다"고 재차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고,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3일 통화에서 "아직 정해진 것이 없어 답변할 수 없다"고 답했다.

병역업무를 담당하는 병무청은 "1위 인정 여부는 문체부나 대한체육회가 판단할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시행령에 문체부 장관이 추천한 체육요원을 편입하도록 돼 있지, 체육요원의 1위 인정 여부를 심사할 때 병무청이 판단 또는 개입할 근거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호주도 아시안게임에 참가한다"며 "축구에서도 러시아와 호주가 결승에 오르면 (한국이 3등 해도 병역특례 받는 일이) 실제로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지만, 확인 결과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대한체육회 "우리 선수 피해 최소화 노력"

OCA는 2019년 오세아니아 국가들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초청하기로 결정해, 호주가 축구, 농구, 배구, 비치발리볼, 펜싱 등 일부 종목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올해로 연기되기 전인 지난해 5월 초 호주는 중국에서의 코로나 확산세를 우려하며 불참을 결정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뉴질랜드 역시 같은 해 4월 말에 같은 이유로 아시안게임 불참 소식이 나왔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호주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불참키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복싱 레슬링 등 투기 종목에서) 토너먼트는 어찌되는 건가? 기념메달 받는 러시아나 벨라루스 선수한테 8강에서 탈락하면 구제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라는 궁금증도 있었다. 메달권에 이르기 전인 64강, 32강, 16강, 8강 등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을 만나 패할 경우에는 사실상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도 "축구 같은 경우 조별예선에서 러시아에 질 수도 있고, (그러면 토너먼트로 올라갈 때 상대팀이 달라지는 변수도 생긴다)"며 "러시아가 아시아 선수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수영 육상 등의) 기록경기도 (예선과 준결선 등을 거쳐야 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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