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에 몰두해온 여야가 영남과 호남의 지역 현안을 서로 주고받는 야합에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사업비만 20조 원 이상이 소요될 대구와 광주의 대규모 공항이전이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한 상황에서 강행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해당 지역 의원들이 최근 국회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참석시킨 가운데 대구경북통합 신공항(TK신공항) 건설과 광주 군공항 이전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특별법’으로 처리키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광주 군공항이전법을 TK신공항처럼 특별법으로 승격해 국비지원을 받도록 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봐도 내년 4월 총선을 고려한 선심성 사업이란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사업비 12조8,000억 원 규모의 TK신공항 사업은 대구 동구에 있는 군공항과 민간 공항을 경북 군위·의성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광주도 광산구에 있는 군공항을 전남 무안으로 옮기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사업비는 6조7,000억 원인데 땅값 인상에 따른 주민보상 비용 증가 등을 감안하면 총사업비가 10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둘 다 기존 부지를 개발해 사업비의 상당 부분을 충당한다지만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냉각된 조건에서 결국 10조 원 이상의 국비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별법이 통과되면 공항은 물론 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 대해서도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다. 국비지원 근거가 명시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총사업비 14조 원의 가덕도 신공항 착공을 앞둔 부산·경남 지역 정치권이 TK신공항특별법 처리 움직임에 반발해 지역 간 갈등도 현실화했다. 얼마가 투입될지 모르는 ‘깜깜이’ 사업에 혈세를 펑펑 투입하는 ‘공항 포퓰리즘’ 악습은 쉽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가 이를 용인하면 120조 원의 예타면제 사업을 남발했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난한 전력에 어울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