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올해 상반기 미국을 국빈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복수의 한미 외교소식통은 3일 "한미 정상회담은 3월 말~4월 초 진행하는 방향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동맹 의미를 되새기는 차원에서 국빈 방문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빈 방문 제안은 우리 정부 측에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와 관련해 최소한 공식 방문(Official Visit) 수준의 의전을 준비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국가 정상의 외국 방문은 5단계로 분류되는데, 이 중 국빈 방문에 가장 격식 높은 의전이 따른다. 국빈 방문 다음으로 △공식 방문 △공식 실무 방문(Official Working Visit) △실무 방문(Working Visit) △개인 방문(Private visit)이 있다.
최고 수준의 예우인 국빈 방문에는 통상 장관급 이상 인사의 공항 영접, 의장대 사열과 예포 21발 발사, 의회 연설, 공연이 포함된 국빈 만찬, 고위급 환영·환송식 등이 이어진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미국을 국빈 방문한 대통령은 총 6명이다. 이승만·박정희·노태우·김영삼·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윤 대통령의 전임인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 첫 미국 방문은 '공식 실무 방문' 형태로 이뤄졌다. 이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미국 방문 형식이었던 '실무 방문'보다 한 단계 격식을 높인 것이다.
무엇보다 국빈 방문의 꽃은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인데, 역대 대통령 가운데 우리나라에선 이 전 대통령이 2011년 마지막으로 나섰다. 또 국빈 방문 시에는 윤 대통령의 숙소로 백악관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Blair House)를 제공받는다.
올해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데다 윤 대통령이 미국과 인도·태평양 전략 등 전방위적으로 밀착 행보를 펼치고 있는 만큼 국빈 방문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방미 시기로는 4월 무렵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외교 관례상 국빈 방문은 초청국과 동시에 발표해야 하고, 미 의회 일정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대통령실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통상 1년에 2, 3차례 국빈 방문을 진행해왔다. 2021년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에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국빈 자격으로 미국에 초청했다.
국빈 방문의 성사만큼이나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한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 수준도 주목받고 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미국의 확장억제·글로벌 공급망 및 과학기술 협력 강화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완책 마련을,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한국의 적극적인 관여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협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