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신임 사장에 정태익 전 SBS 라디오센터장… '오세훈식 정상화' 신호탄

입력
2023.02.03 13:20
20면
SBS 라디오센터장 출신 방송 제작자

정태익(57) 전 SBS 라디오센터장이 교통방송(TBS) 신임 대표이사로 낙점됐다. 임기는 3년이다. 서울시의 재정 중단 압박 속에 방송 파행을 빚어 온 TBS 개편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정 신임 대표는 6일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임명장을 받고 업무를 시작한다. 시는 “현재 TBS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조직의 혁신을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신임 대표는 1991년 SBS에 라디오 PD로 입사해 2010~2015년 라디오센터 책임프로듀서(CP), 2015~2021년 라디오센터장을 지냈고 최근까지 라디오센터 제작위원으로 일했다. 오 시장과는 고려대 법대 동문이다. 다만 오 시장과의 개인적 친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TBS는 서울시의 재정 지원 중단 결정으로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지난해 11월 말 서울시의회가 TBS 지원 조례를 폐지하는 새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매체는 당장 내년부터 전체 예산의 70%를 차지하는 서울시 출연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는 TBS 조례 폐지안과 별개로 올해 출연금 88억 원을 삭감해 연간 고정비(340억 원)에도 못 미치는 232억 원만 배정했다.

정 신임 대표는 서울시 추가경정예산에 TBS 출연금이 반영되도록 시와 시의회를 설득하고 청취율이 높았던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을 대체할 신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TBS 제작 방향성과 직결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오 시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교통방송의 본래 존재 이유인 교통정보의 비중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교육방송, 교양방송, 평생교육방송 등을 대안의 하나로서 거론했다”며 “미래 비전에 관한 논의는 새로운 경영진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S지부는 정 신임 대표 임명에 환영 의사를 밝혔다. 송지연 TBS지부장은 “신임 대표가 TBS 재원 구조 개혁과 편성ㆍ제작 자율성 보장 등 방송 정상화에 필요한 제도적 해법을 찾아주길 바란다”며 “서울시나 서울시의회의 홍보처가 아닌 시민을 위한 공영방송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표향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