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즐기는 '제로슈거 소주'…"감미료 괜찮다? 술은 술, 칼로리 별 차이 없어"

입력
2023.02.04 15:00
'헬시 플레저'에 무가당 소주 인기
과당보다 칼로리 낮아도, 과당 자체가 적어 무의미
잦은 감미료 섭취 걱정? 비상식적 양 아니면 괜찮아

편집자주

즐겁게 먹고 건강한 것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요. 그만큼 음식과 약품은 삶과 뗄 수 없지만 모르고 지나치는 부분도 많습니다. 소소하지만 알아야 할 식약 정보, 여기서 확인하세요.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20대 직장인 황모씨는 언제부터인가 술자리에 가면 제로슈거(Zero Sugar) 소주가 올라온다고 합니다. "친구들은 물론 주변에서 제로슈거 소주를 찾다 보니 술을 마실 때면 자연스럽게 제로인지 따져 본다"고 했습니다.

황씨만이 아닙니다. 제로슈거 소주는 어느새 MZ세대의 트렌드가 됐습니다. 주류 업체들은 이들을 잡기 위해 앞다퉈 제품을 선보이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젊은 층이 가장 많이 찾는 제품은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처음처럼 새로'입니다. 연말까지 약 세 달 동안 누적 3,500만 병이 팔렸습니다. 도수를 낮춘 순한 소주 '진로이즈백'으로 큰 호응을 얻은 하이트진로도 진로이즈백의 제로슈거 콘셉트인 '제로슈거 진로'를 선보였죠. 편의점 업계도 덩달아 제로슈거 소주를 내놓고 소비자 모시기에 나섰습니다.

제로슈거 소주의 인기는 설탕이 안 들어가 열량(칼로리)이 낮고, 덜 달게 먹는다는 이미지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몸에 덜 미안하다는 겁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30대 김모씨는 "다이어트는 평생의 숙제인데 설탕이 안 들어갔다고 하니 죄책감을 더는 것 같다"고 표현했습니다. 즐겁게 건강 관리를 하며 소비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몸매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는 '오운완(오늘 운동 완성)' 트렌드에 딱 들어맞는 모습이죠.

감미료, 설탕보다 200~2000배 달아도 칼로리는 '제로'

그렇다면 MZ세대의 소비 이유처럼 제로슈거 소주는 일반 소주보다 몸에 덜 해로울까요. 설탕이 안 들어갔다는 제로슈거 소주는 정말 당이 없는 식품일까요.

우선 단맛을 내는 첨가물이 적게 들어가는 건 맞습니다. 희석식 소주는 알코올로 이뤄진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혼합해 생산하는데, 이때 감미료로 과당을 넣어 단맛을 냅니다. 제로슈거인 무가당 소주는 과당을 빼고 적은 양으로도 훨씬 단맛을 내는 감미료를 더 넣게 됩니다.

하이트진로의 제로슈거 진로와 진로에 적힌 원재료명을 비교해 보면 진로에는 정제수와 주정, 쌀증류식 소주원액, 과당, 그리고 감미료인 효소처리스테비아, 에리스리톨, 토마틴이 들어갑니다. 반면 제로슈거 진로에는 이 중에 과당만 없습니다. 이 차이가 제로슈거의 핵심이죠.

과당 빼고는 차이가 없는데 단맛을 내는 첨가물 양이 적은 이유는 감미료의 단맛이 매우 강하기 때문입니다. 효소처리스테비아는 설탕에 비해 단맛이 200배 이상입니다. 설탕을 200g 써야 하는 제품에 1g만 넣어도 단맛의 정도는 비슷해진다는 뜻입니다. 토마틴의 경우 감미도가 무려 설탕의 2,000배에 이릅니다. 설탕 1g을 넣는다고 하면 토마틴은 단 0.0005g이면 됩니다.

적은 양으로 훨씬 강한 단맛을 내는 감미료에는 또 하나 장점이 있습니다. 칼로리가 사실상 없다는 점입니다. 과당이 들어간 소주보다는 칼로리 섭취를 조금이나마 적게 할 수 있다고 믿으며 마시는 거죠.

무가당 소주에 포함된 또 다른 식품첨가물로는 당알코올이 있습니다. 에리스톨, 말티톨 등 맨 끝에 '톨'이 붙는 물질입니다. 감미료와 마찬가지로 칼로리가 없거나 적은데, 단맛의 정도인 감미도는 낮습니다. 설탕의 감미도가 1이라고 하면 에리스톨은 0.6 정도입니다. 즉 감미료나 당알코올 모두 과당보다 칼로리를 줄여주는 데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당 대신 감미료? "소주 1병 마셔도 사탕 1개 먹은 정도"

그럼 감미료와 당알코올 사용으로 칼로리가 많이 줄었을까요. 답은 '노(NO)'입니다. 일반 소주에도 과당 자체가 매우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과당 대신 감미료나 당알코올을 써서 생기는 칼로리 차이가 미미합니다. 일반 소주 한 병을 모두 마셨을 때 섭취하는 당의 양은 사탕 1개 정도라고 합니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과당보다는 감미료의 칼로리가 낮으니 약간의 영향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양이 너무 적어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소주의 칼로리를 좌우하는 건 알코올입니다. 알코올 자체에 칼로리가 있는데 1g당 7㎉ 수준이라 일반 소주 1병은 350~400㎉입니다.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 1병은 330㎉이고, 제로슈거 진로는 320㎉입니다. 제로슈거가 고작 10㎉ 낮습니다. 롯데칠성의 처음처럼 새로도 326㎉로, 과당이 들어간 참이슬 후레쉬, 좋은데이, 처음처럼 부드러운(343~347㎉)과 20㎉ 차이입니다. 겨우 알코올 3g을 덜 섭취하는 정도죠.

하 교수는 "소주를 매일 끼니로 먹는 것도 아니고, 아주 적게 들어가는 과당 대신 감미료를 썼다고 해서 비만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저칼로리 제품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자극하는 상술이며, 술을 마시면서 몸에 덜 나쁘다고 얘기하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감미료 섭취, ADI 안 넘는 수준이니 걱정은 'NO'

그렇다면 감미료는 많이 섭취해도 괜찮을까요. 어쨌든 설탕처럼 단맛을 내니 찝찝할 수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감미료를 오래, 많이 섭취하면 장 내 유익균이 크게 줄어 장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단맛에 중독돼 포만감을 전달하는 호르몬 수치가 낮아져 다이어트를 어렵게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1일 섭취허용량(ADI) 기준을 넘지 않는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ADI는 평생 매일 먹어도 유해한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 체중 1㎏당 최대섭취량으로,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지표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ADI 기준에 따라 식품을 섭취하도록 관리하고 있고, 현재 수준에서는 (감미료 섭취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양"이라고 말했습니다.

감미료가 들어간 제로슈거 콜라를 하루에 20~40캔 마셔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듯 상식적인 수준이라면 괜찮다는 겁니다. 물론 이건 감미료에 한해서입니다. 술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됩니다. 즉 칼로리가 적든 당이 적든 술이라는 자체가 우리 몸에는 득이 될 게 없습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