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체들이 경기 침체, 이자 부담 등으로 빠져나가려는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파격적 '금리 당근'을 내놓고 있다. 특히 실질적 차량 구매 비용을 낮추기 위해 할부금리를 낮추거나 변동금리를 도입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8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이번 달부터 3개월 단위로 이자율을 조정하는 '변동금리 신차 할부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이는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 변동을 반영해 할부금리가 결정되는 상품인데 원리금 균등 상환 또는 60개월 할부 단일 상품으로 구성된다.
자동차 할부의 이자는 보통 고정금리다. 구매 당시 이자율이 할부 기간 동안 변하지 않는다. 때문에 시중금리가 높을 때는 차량 구매 부담이 커져 차를 사려는 마음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2~5%였던 자동차 할부 이자율은 7~10%대로 높아졌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은 10%도 훌쩍 넘는다.
현대차그룹이 이례적으로 변동금리 할부 프로그램 카드를 꺼낸 것은 최근 고객이탈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는 신차 대기기간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지난해 말까지 30개월 이상 기다려야 했던 제네시스 GV80은 12개월만 기다리면 받을 수 있다. 출고가 2년 이상 걸렸던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도 1년이면 나온다. 현장에선 계약 취소가 늘면서 특정 옵션이 담긴 차량은 계약 1, 2주일 만에 출고가 가능한 일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높은 할부금리는 차량 구매 비용을 올려 신규 계약 건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기존 계약도 많이 취소된다"며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자동차 할부에 변동금리를 도입했고 중도해지 상환 수수료도 면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할부금리를 눈에 띄게 낮게 정한 업체도 있다. 르노코리아는 이달 중 모든 차종 구매 고객에게 2.9% 이자율의 12개월 할부 상품을 제공한다. 할부 기간을 24개월로 늘리면 금리는 3.3%로 올라간다. 또 차종에 따라 최대 150만 원의 특별 할인 혜택도 준다. 쌍용차는 차량 구매 금액 절반을 내면 나머지 금액은 60개월 동안 이자 없이 나눠 낼 수 있게 한다. 한국GM은 차량 가격의 30%를 선수금으로 내면 3.9% 이자율로 최대 60개월 할부를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