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부터 경찰이 전세사기 특별 단속을 벌인 결과 확인된 사기 피해자가 1,207명, 피해 금액은 2,335억 원에 달했다. 피해자의 절반이 부동산 거래 경험이 거의 없는 20, 30대 젊은 층이었다. 이들 상당수는 시세 확인이 어려운 신축 다세대 주택을 ‘무자본 갭투자’(자기 자본 없이 전세보증금을 받아 다른 주택을 연쇄적으로 구입)로 사들여 임대한 조직적 사기에 피해를 입었는데, 검거된 사기단은 6개 조직으로 6,100여 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사기 규모가 커지는 동안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정부는 뒤늦게 2일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무자본 갭투자를 막기 위해 전셋값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에 대해서만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이 허용된다. 임차인이 계약 전 보증보험 가입 여부만 확인해도 위험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감정평가사를 동원한 시세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실거래가와 공시가가 없는 주택에 대해서만 감정가를 인정하기로 했다. 또 안심전세앱을 활용해 정확한 시세와 임대인의 보증사고 이력, 세금 체납 정보 등을 제공한다.
이번 조치로 전세사기를 막을 큰 틀은 갖춰졌지만 허점도 적지 않다. 최근 집값 하락기, 보증보험 가입 조건 ‘전세가율 90%’는 언제든 ‘역전세’로 상황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입조건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기업형 임대업자의 보증보험은 더 엄격해야 할 것이다. 또 세입자가 있는 집 매매 후 새 집주인이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한 경우 세입자가 전세금을 되돌려 받을 조치가 미비한 점은 즉시 손봐야 한다.
전세제도는 대체로 계약상 약자인 임차인이 목돈을 임대인에게 맡기는 독특한 제도인 만큼 세입자의 정보 불평등이 없도록 정보공개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 우선 비아파트 전세 거래가, 주택 전세가율, 역전세 우려 지역 등 수시로 변하는 시장 동향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