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회유책과 포용 전략을 쓸 때가 아니다. 강압 전략과 지구전을 벌여야 한다. 중국이 안고 있는 경제적, 전략적 문제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도록 저지해야 한다.”
제목만 보면 중국이 실패할 것이라는 전망서 같지만, 내용은 그렇지 않다. 책이 말하는 건 ‘단기 총력전으로 중국을 무너뜨려야 하고, 미국은 그럴 힘이 있다’는 주장이다. 기저에는 미국 온건파가 유약하게 대처해 중국을 날뛰게 했다는 힐난이 깔렸다. 저자인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문제연구소 교수와 마이클 베클리 미국 터프츠대 정치학 부교수는 워싱턴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이론적 요새로 불리는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이다.
주장의 배경은 이렇다. 기존 강대국이 신흥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는 게 그동안 국제정치학계에 널리 퍼진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론이다. 도전자 아테네와 패권국 스파르타 간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비롯됐다. 두 학자는 반대로 “신흥 강국이 정점을 지나 몰락하기 시작할 때 모든 것을 걸고 최후의 일격에 나섰다"고 말한다. 1차 세계대전을 감행한 독일이나 진주만 폭격에 나선 일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대표적이다.
다음은 중국 차례다. 중국 경제는 이미 한계에 봉착했고, 인구는 내리막길이며, 외교적으로 왕따 신세다. 위기감을 느끼는 공산당은 대만 선제공격이란 무모한 도박에 몸을 던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은 장기 마라톤이 아닌, 단기 총력전에 가깝다. “중국은 앞으로 10년 안에 공격에 나설 충동을 느낄 것이다. 이미 군사력 증강, 기술 통제, 시민 감시 등 과거 몰락한 제국이 취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
두 학자는 ‘긴장 완화’보다 ‘힘의 대결’을 택한다. “약간의 공세가 최선의 방어책이다” “치명적인 취약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대담한 수단이 필요하다” 등 호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거기에 주변국을 끌어들인다. “장기적으로 미국은 가능한 많은 나라를 연합에 끌어들여야 한다”면서다. 이는 미국이 적대국을 굴복시킨 경험칙에서 비롯된다. 미국을 대장으로 한 자유주의 국가연합은 독일, 소련, 일본 등 신흥 제국을 수차례 쓰러트려 왔다.
미국 강경파들이 오래전부터 반복했던 레토릭이다. 다만 지금 워싱턴 분위기를 보면 이들의 말이 먹히는 분위기다. 바이든 행정부가 반(反)중국 반도체 동맹(칩4), 안보협의체(쿼드)를 결성해 중국 압박 행보를 보이는 게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당황해서 '빨리 미국에 줄을 서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미국에는 '미중 갈등은 관리 가능하다'는 헨리 키신저 등 온건파 목소리도 엄존하기 때문이다. 책의 해제를 쓴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중국의 불안정성에 대한 비판은 음미할 내용이 많다"며 “신냉전론에 가까운 현실 인식은 협소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했다. 세계 질서를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강경파들의 속내와 야심을 파악하기에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