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이번 주말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6일 친강 중국 외교부 장관과 회담한다. 미국 국무부 장관의 중국행은 4년 4개월 만이다. 지난달 친강 장관 취임 이후 두 사람의 첫 대면이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간 중국이 봉쇄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교류는 '멈춤' 상태였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은 교류 재개의 신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고위급 소통 지속"에 공감한 후 양국 의지를 확인하는 셈이다.
그러나 미중 사이에 누적된 긴장 분위기가 단번에 누그러지긴 어렵다. 회담에서 논의될 핵심 현안을 둘러싼 미중의 시선이 극명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우선 중국의 러시아 배후 지원 문제가 의제에 오를 수 있다. 중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중국 국영 기업들이 러시아를 돕는다고 의심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회담에서 거론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쟁 전 중국은 러시아와의 군사 동맹에 선을 그었으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중러가 밀착하는 기류가 있다. 중국의 외교사령탑 격인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이달 중 러시아를 찾아 시진핑 주석의 러시아 방문 일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마주 앉는다면, 우크라이나 이슈에 대한 미중 간 대립각은 더욱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중국의 대만 침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르는 시기라 더욱 주목받는다. 미국은 시 주석의 국가주석 4연임이 결정되는 2027년 침공 가능성을 주시해왔다. 최근 "2025년 (중국의 대만 침공 때문에 미군이) 중국과 싸우게 될 것 같다. 내 예상이 틀렸으면 좋겠다"는 미 공군 사령관의 메모가 언론에 공개되며 파장이 일었다.
중국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29일 군용기 20대를 대만 주변 상공에 띄워 무력시위를 이어 갔다. 블링컨 장관의 도착을 앞두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사수하겠다며 먼저 '레드 라인'을 긋고 나선 셈이다.
미국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는 "미중 간 전쟁을 피하는 것"을 블링컨 장관 방중의 주요 목표로 꼽으면서 "대만 문제 관련 공개적 합의 도출은 어렵겠지만, 갈등을 이완하자는 모종의 시그널을 주고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반면 미국 싱크탱크 독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 담당 국장은 "거시 경제와 군사 분야에서 양국 대화는 여전히 교착상태"라며 "블링컨의 방중이 어떤 진전을 가져올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망 경쟁에 대한 날 선 시선도 교차할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최근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수출 전면 금지를 추진, 중국을 세계 공급망 시장에서 고립시킨다는 전략을 더욱 구체화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일 사설에서 "미국의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중국 경제가 높은 수준으로 가는 여정을 가로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위급 대화 추동력을 이어가자는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돼 있는 만큼, 발리 회담에 이은 후속 정상회담 문제도 다뤄질 수 있다. 올해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G20정상회의,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기구(APEC) 정상회의 등이 계기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