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임금 인상, 비정규직에도 확산... 유통 대기업 이온, 파트타임 시급 7% ↑

입력
2023.02.02 18:00
이온 파트타임 직원 40만명 시급 70엔 올리기로
일본 전체 비정규직 2% 차지... 업계 파급될 듯

일본 기업들의 임금 인상 움직임이 정규직뿐 아니라 비정규직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드러그스토어 등 다양한 업태를 보유한 유통 대기업 이온(AEON)은 파트타임 직원 40만 명의 임금을 7% 인상하기로 했다. 일본 최대 규모의 파트타임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이온의 이번 결정은 여타 기업의 비정규직 임금 인상으로도 파급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물가상승률보다 임금 인상 폭 높아... 일손 부족 선제적 대응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온은 자회사 147곳에서 일하고 있는 파트타임 직원 약 40만 명의 시급을 평균 70엔(약 665원) 올리기로 했다. 현재 이온의 파트타임 직원 시급은 전국 평균 1,000엔(약 9,501원) 정도인데, 이제부터는 1,070엔(약 1만1,166원)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연 수입도 평균 120만 엔(약 1,140만 원)에서 8만 엔(약 76만 원) 남짓 오른 128만 엔(약 1,216만 원)으로 오르게 된다.

인상 금액은 그리 크지 않지만, 상승 폭은 최근 물가상승률(연 4.0%)보다 훨씬 높은 7%에 달한다. 식품·유통·서비스 업계 산별노조인 UA젠센이 제시한 올해 임금 인상 목표인 5%보다도 높다. ‘위드 코로나’ 이후 내수 경기가 회복되며 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일손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인력 확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임금 인상으로 증가하는 300억 엔 이상의 인건비는 셀프 계산대 확대와 점포 운영 효율화, 자체 브랜드(PB) 판매 확대 등을 통해 상쇄한다는 계획이다. 이온의 파트타임 근로자 수는 일본 전체 비정규직의 2%에 달해, 이번 임금 인상이 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연 수입의 벽' 해소돼야 비정규직 수입 실제 증가

다만 시급 인상이 파트타임 직원의 연 수입 증가로 이어지려면 ‘연 수입의 벽’으로 불리는 일본 특유의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에선 연 수입이 △103만 엔 이하 △106만 엔 이하 △130만 엔 이하 등의 경우, 해당 범주별로 소득세 면제나 사회보험(의료보험·후생연금 등) 가입 면제 등 혜택이 주어진다. 예를 들어 직원 수 101명 이상 기업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연간 106만 엔 가까운 수입을 얻던 사람의 임금이 오르면, 사회보험료 납부 의무가 생겨 실수령액이 오히려 줄어든다.

애초 여성의 사회 진출을 늘린다며 주부의 파트타임 취업을 권장하기 위해 생긴 제도가 이제는 파트타임 직원의 임금 상승을 막는 장벽이 된 셈이다. 한 여론조사를 보면, 파트타임 주부 사원의 61.9%가 시급이 오를 경우 근무 시간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총수입을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78.8%는 “(벽이 해소되면) 지금보다 많이 일하고 싶다”는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일 중의원 예산의원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폭넓게 대응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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