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완화 공식화... 금리 인상 끝이 보인다

입력
2023.02.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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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금리 0.25%p 인상하며
결정문에 "인플레이션 다소 둔화"
시장 "이르면 3월 인상 마무리"
국내선 "이달 금리 동결" 기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 상승률 둔화를 공식 인정했다. 이르면 3월 미국이 마지막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 시장에선 현재 기준금리 3.5%가 최종금리일 것이라는 확신이 번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미국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 상단은 2007년 9월 이후 15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4.75%로 올라섰다. 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인상폭만 4.5%포인트에 달한다.

연준은 그럼에도 이번 인상이 끝이 아니라고 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두어 차례(a couple of more) 추가 인상이 필요하고, 경제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 올린다는데... 시장이 환호한 까닭은

역대급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선언에도 시장은 환호했다. ①연준이 처음 물가 둔화를 공식 인정했다는 사실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FOMC는 이날 정책 결정문에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했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5연속 둔화에도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던 직전 입장에서 물러선 것이다. 파월 의장도 "재화를 중심으로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둔화)' 과정에 있다"고 평가했다.

②연준이 시장의 낙관을 허용한 것 또한 "피봇(정책 전환)이 머지않았다"는 신호로 봤다. 시장은 연준이 이날 인상 속도를 줄일 것으로 예상한 것은 물론, 연내 금리 인하까지 점치고 있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에 관한 견해 차이 때문"이라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물가 재상승을 우려, 살벌한 경고로 시장의 섣부른 기대를 눌러왔던 지난해와 상반된 태도다.

시장의 결론은 "1, 2회 더 0.25%포인트씩 올린 뒤 금리 인상 종료"다. 정책 결정문에서 '향후 인상 속도'를 '향후 인상 정도'로 바꾼 것, 파월 의장이 "두어 번 더 인상할 것"이라고 밝힌 것을 종합한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동의했다.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ING 등은 다음 달을 끝으로 이번 긴축 주기가 마무리될 것으로 봤다.

국내 시장 "기준금리 인상 이미 끝났다"

국내선 '2월 기준금리 동결론'이 힘을 받고 있다. FOMC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추가 인상 명분을 일부 지웠다는 주장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미 금리 차가 예상보다 크게 벌어질 경우 환율 안정을 위해 대응해야 한다'는 게 추가 인상의 논리"라며 "이번 FOMC 이후 한·미 금리 차가 크게 벌어질 가능성은 줄어들었다"고 풀이했다. KB증권은 현재 3.5%를 최종금리로 본다.

기준금리를 밑도는 시장금리(https://url.kr/2r1yah), 그리고 최근 공개된 1월 금통위 회의록도 금리 동결론의 근거로 쓰이고 있다.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2월 동결을 주장했고, 가장 매파적이었던 위원도 "'필요시' 추가 인상도 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금리 동결을 주장했던 한 위원은 "내외 금리 차가 환율과 자본 이동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요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미 금리 차 1.25%포인트(이날 기준)가 이달 금통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창용 총재가 추가 인상 캐스팅보트 쥘 수도

기대와 별개로 금통위가 물가와 경기의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공공요금 인상에 1월 물가 상승률이 5.2%로 반등했고, 경기 둔화 우려는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주요국의 성장률을 상향 조정하면서 한국만 낮췄다. 게다가 추가 인상에 관해 금통위원 간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시장이 벌써부터 '캐스팅보트(최종 결정권)'를 쥔 이창용 한은 총재에게 주목하는 이유다.

윤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