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 향후 금리 정책 방향에 대한 연준 방침과 시장의 예측이 다르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시장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어 전날(현지시간) 미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결정에 따른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참석했다.
추 부총리는 일단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제약적 수준까지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물가 상승 둔화(disinflation) 과정이 이미 시작됐다’고 언급했다”며 “이를 시장은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된 것으로 해석했고 오늘 새벽 국제금융시장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금융시장에 대해서도 “올해 들어 정부의 시장 안정 노력과 주요국 통화긴축 속도 조절 기대 등으로 변동성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연준은 전날 올해 첫 FOMC 정례 회의 뒤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4.25~4.50%에서 4.50~4.75%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작년 한해 유례없이 가파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던 연준이 통상적인 금리 인상 폭으로 돌아가며 속도를 조절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게 정부 인식이다. 추 부총리는 “최근 수출 부진 지속 등 실물 부문의 어려움이 확대되는 가운데 물가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 등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연준과 시장의 인식차가 당분간 지속될 경우 향후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경제ㆍ금융팀은 긴밀한 공조하에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며 “부문별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적기에 대응하고 최적의 정책조합(policy mix)을 더 정교하게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아직 높은 만큼 금리 인상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올 들어 확연히 둔화한 물가 상승세와 경기 침체 조짐에 주목한 시장은 조만간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것은 물론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보며 이런 전망에 맞춰 움직이는 양상이다.
이날 아울러 추 부총리는 불확실성에 대응해 국내 금융시장 안정세를 더 공고히 하고 부동산 부문 리스크도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고금리에 따른 서민 금융 부담 완화 차원의 정책서민금융 10조 원 공급 및 긴급생계비 대출, 저금리 특례보금자리론 제공 등도 차질 없이 실행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