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내일을 기대하는 법, 바로 '사랑'에 있죠" 에세이 낸 임현주 아나운서

입력
2023.02.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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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다시 내일을 기대하는 법' 출간한 임현주 MBC 아나운서 인터뷰

지금으로부터 2년 전쯤, 한계를 모르고 질주하던 '임현주'라는 고속열차가 잠시 멈춰 섰다. 지상파 아나운서로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종횡무진 활약하던, 젊음의 무대 한가운데에서였다.

"아침 방송을 준비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어요." 최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임현주(38) MBC 아나운서는 이 시기를 몸과 마음이 무너져 버린 '오춘기'로 기억한다. 한눈팔 겨를 없이 성취해 온 날들이었다. 지역민방과 종편을 거쳐 4년 만에 지상파 방송사에 입성했다.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고 온갖 강연에서 대중을 만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만 명의 팔로어를 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침에 눈을 뜨면 새로운 하루가 좀처럼 기대되지 않았다.

신간 '다시 내일을 기대하는 법'(위즈덤하우스 발행)은 외로움과 허무함이 불쑥 찾아와 삶이 갑자기 위태롭게 흔들렸던 시기를 지나 더 나은 어른으로 거듭나게 된 임 아나운서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세상이 요구한 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 본인 나름의 성숙한 삶의 요소를 갖췄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혼란스러운 '어른아이'라면 그가 따뜻하게 건네는 이야기가 위로가 될 것이다.

그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사실은 2018년 지상파 방송 여성 앵커로는 생경하게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했다는 것. 여성 뉴스 진행자에게 과하게 부과되는 외적 기준과 획일적 모습에서 벗어난 장면이었고, 이후 한국의 방송 뉴스가 한결 다채로워졌다는 평을 받는다.

"당시엔 저의 행동이나 말이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남의 평가에 신경을 쓰지 않는 성격이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대중의 넘치는 주목에 겁이 났다. 응원이 대부분이었지만 의도하지 않고 '그냥' 한 행동이 과한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자신의 직업이 품은 영향력을 비로소 실감했다. 동시에 온라인에는 짜깁기로 왜곡된 영상과 익명 악플도 범람했다. '괜찮아'라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자꾸 움츠러들었다. 삶의 균형감을 잃었음을 자각했다.

멈춰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책과 노트만 챙겨 인천 영종도의 한 호텔에 체크인했다. 그간 일에 떠밀려 '괜찮다'며 방치해 둔 마음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다. 마음 한쪽에 미뤄 뒀던 일도 차곡차곡 해냈다. 아나운서라는 업에 안주하지 않고 사내벤처에 도전하고 집 근처에 나만의 작업실을 구했다. 사비 450만 원을 들여 난자도 얼렸다. 엉뚱하지만 나다운 걸음들이 오히려 일상의 균형 감각을 되찾아 줬다.

'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2020)', '우리는 매일을 헤매고, 해내고(2021)' 그리고 '다시 내일을 기대하는 법(2023)'. 그가 글로 써 온 여정은 마치 잘 짜인 한 편의 성장 드라마인 것만 같다. 글 쓰는 아나운서 임현주의 다음 책은 무슨 내용일까. 그는 주저 없이 '사랑'에 대해 쓸 것이라고 했다.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면서, 진짜 사랑을 찾은 것 같아요." 임 아나운서가 힘차게 다시 내일을 기대하게 된 계기 역시 '사랑'이었다. 그는 24일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조선자본주의공화국' 등을 쓴 영국인 작가 다니엘 튜더와 백년가약을 맺는다. 1년 전, 다니엘이 쓴 책을 임 아나운서가 SNS에 소개한 것을 계기로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고 여행과 도전을 사랑하는 두 사람은 금세 사랑에 빠졌다.

"완전히 다른 문화권에서 자라 생김새가 다른 두 사람이 만나게 되니, 함께 교류하는 이들의 국적도 다양해졌어요. 그의 생각이 더해져 저의 세계가 다채로워졌죠. 다니엘과 함께 만들어 나갈 글과 일상이 얼마나 재밌을지 '내일'이 기대됩니다."


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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