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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결혼했다. 남편은 장교다. 다음 날이면 군에 복귀한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라서다. 코니는 하룻밤밖에 못 지낸 남편이 무사히 돌아올까 우려한다. 불행이 끼어들었으나 다행스럽게도 남편은 전장에서 살아온다. 걷지 못하고 성 기능에 문제가 있다. 그래도 남편의 시골 영지 랙비로 돌아가 새로운 삶을 도모할 수 있다.
남편 클리포드 채털리(매슈 더킷)가 조상에게 물려받은 영지는 넓다. 저택은 웅장하다. 클리포드는 소설가로 새 삶을 살려고 한다. 아내 코니(에마 코린)는 그런 남편을 정성껏 도우려 한다. 균열은 곧 찾아온다. 남편은 글솜씨가 없음을 깨닫는다. 애를 가질 수 없는 상황임에도 세습에 집착한다. 코니가 “그럴 듯한 남자”와 몰래 잠자리를 해 임신하기를 바란다. 자유분방하며 자립심 강한 코니는 남편의 이기적인 언행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영지에는 전쟁에서 막 돌아온 사냥터지기 올리버(잭 오코넬)가 있다. 평민답지 않게 중위로 복무했던 그에게 코니는 호감을 품는다. 코니와 올리버는 빠르게 사랑에 빠지게 되고, 올리버는 곧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 된다.
영화는 1928년 출간된 영국 작가 D. H. 로런스(1885~1930)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소설이 파격적인 성 묘사로 당대 논란이 됐듯 영화는 과감한 노출과 애정 묘사를 피하지 않는다. 단순히 눈요깃거리는 아니다. 신분을 뛰어넘은 코니와 올리버의 파격적 사랑은 도발적 표현이어야 가능하니까.
영화는 종종 화려한 저택과 올리버의 초라한 오두막을 대치시킨다. 코니는 저택에서 늘 남편의 몸종 같은 역할을 하며 자괴감에 빠지고는 한다. 클리포드 조상들의 초상화들이 가계도처럼 줄로 연결돼 벽에 걸려 있는 침실은 코니를 짓누르는 현실을 상징한다. 코니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나 자신 스스로 이룩한 것은 하나도 없다. 올리버와의 사랑은 몇 안 되는 코니 자신만의 선택이다. 올리버의 오두막은 코니에게 안락함을 안긴다.
코니와 올리버의 사랑 위로 당대 영국 계급사회의 세태가 더해진다. 클리포드는 자신이 소유한 광산의 광부들, 영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그저 자신 덕분에 살아가는 무지렁이 같은 이들로 여긴다. 뼛속 깊이 귀족의식이 박혀 있다. 그런 그이기에 코니가 사랑한 대상이 올리버라는 사실에 분노한다.
하지만 영화 속 세상은 급속히 바뀌는 중이다. 클리포드의 위세에 고개를 조아리는 이들이 여전해도 신분사회는 무너지고 있다. 신분도 재산도 포기한 코니의 사랑은 격변기를 상징한다. 올리버가 뒤에서 밀어야만 클리포드의 삼륜자동차가 경사지를 오를 수 있는 장면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