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 사업 교체 VS 옛 사업 유지...실적으로 엇갈린 희비

입력
2023.02.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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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등 체질 개선 변화 준 기업들 성적표 '양호'
"미래산업이 실적 좌우하는 시대 본격화"


LG화학은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 매출 50조 원 시대를 열었다. 본업인 석유화학은 지난해 4분기 16년 만에 첫 분기 적자를 봤지만, 배터리 사업(LG에너지솔루션)에서 사상 최대 실적(매출 25조5,986억 원, 영업이익 1조2,137억 원)을 거두며 매출 증가의 견인차 노릇을 했다. LG화학 측은 올해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배터리, 배터리 소재, 생명과학 등을 앞세워 연 매출 60조 원을 목표로 삼았다.

최근 주요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 발표와 맞물려 간판 사업 교체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일찌감치 주력 사업에 변화를 주며 체질 개선에 과감히 나선 기업들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일 해당 기업에 따르면 최근 실적 발표에서 경제위기 속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꾸준히 신사업을 추진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현대차·기아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합산 매출액(229조865억 원) 200조 원을 넘었다. 2021년 7.3%였던 영업이익률도 8.4%까지 높이며 7조2,33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한때 1년에 800만 대까지 생산하던 박리다매식 판매 구조에서, 생산을 줄이더라도 고급차(그랜저, 제네시스 브랜드 등)와 친환경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수익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준 게 결실을 맺은 것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쓴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최근 10년 동안 5조3,000억 원을 연구개발(R&D)에 쏟는 등 배터리 산업에 집중한 덕에 성장세를 탔다는 분석이다.



LG전자, 포스코, 한화 등 간판 사업 변화



LG전자도 변화가 눈에 띈다. 과감히 휴대폰, 태양광 패널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회사의 중심축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기차 파워트레인, 차량용 조명 시스템 등 전장사업으로 옮긴 결과, 지난해 전장부문에서 역대 최대 매출(8조6,496억 원)을 이뤘다. 전체 실적에서 전장사업이 차지하는 비율도 10%를 넘겼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전장사업이) 고속도로에 올랐으니 액셀을 밟을 일만 남았다"며 자신감을 보인 이유다.

지난해 철강 시황 부진, 포항제철소 태풍 힌남노 피해 등의 여파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성적표(영업이익 전년 대비 46.7% 감소한 4조9,000억 원)를 받은 포스코홀딩스 역시 친환경 인프라·미래 소재 부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에너지 전문인 자회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전년 대비 매출 16.1%·영업이익 48.8% 증가)을 거뒀고, 포스코케미칼도 배터리 소재사업 성장에 힘입어 창사 이래 최대 실적(매출 66%·영업이익 36.3% 증가)을 달성했다. 철강기업에서 친환경 산업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16일 실적 발표를 앞둔 한화솔루션도 부진의 늪에 빠진 다른 주요 석유화학업체와 다르게 양호한 성적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통적 케미칼 부문의 수익성은 나빠졌지만,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부문이 전체 실적을 이끌어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50% 가까이 증가한 1조1,000억 원대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변화에 뒤처진 기업들, 실적 악화 피하지 못해



반면 체질 개선을 이루지 못해 최악의 성적표를 피하지 못한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주력 사업인 TV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수요가 급감한데다, 액정표시장치(LCD)는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되면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적자를 봤다.

SK하이닉스도 비메모리, 전장사업 등으로 무게 추가 골고루 나눠져 있는 삼성전자와 다르게 전체 매출에서 메모리 비중이 95%(지난해 3분기 기준)에 달하다 보니, 메모리 반도체 불황이 본격화한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박용정 현대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미래산업발전 전략이 실적을 좌우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라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는 기본이고 세계 시장의 흐름을 쫓아 전후방 산업과 속도감 있게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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