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출됐다 훔쳐온 '부석사 고려불상', 법원은 일본 손 들어줬다

입력
2023.02.0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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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사찰 취득시효 20년 인정" 1심 뒤집어
"최종 반환 문제는 유네스코 협약 따라야"
부석사 "상고할 것... 필요하면 발굴조사도"

절도범이 일본에서 훔쳐 국내로 밀반입한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불상)’ 소유권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일본 사찰에 소유권이 있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1심에서 승소한 충남 서산 부석사는 즉각 상고하기로 해 대법원에서 최종 소유권 주체가 결정될 전망이다.

대전고법 민사1부(부장 박선준)는 1일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유체동산(불상) 인도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소유권이 부석사에 있다는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1330년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부석사가 해당 불상을 제작했다는 사실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왜구가 약탈해 불법 반출했다고 볼 만한 증거도 있다”면서도 “당시 서주 부석사가 현재의 부석사와 동일한 종교단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아 소유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1527년 조선에서 불상을 양도받았다는 일본 간논지(관음사) 측 주장 역시 확인하기 어렵지만, 1953년부터 불상이 도난 당하기 전인 2012년까지 60년간 해당 불상을 점유한 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전후 사정 파악은 어렵지만 이미 20년인 민법상 취득시효를 채운 만큼 소유권이 일본 사찰에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민사소송은 단지 소유권의 귀속 여부만 판단할 뿐”이라며 “문화재 반환 문제는 최종적으로 유네스코 협약이나 국제법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소유권 다툼에 휩싸인 불상은 높이 50.5㎝, 무게 38.6㎏으로 충혜왕이 즉위한 1330년 제작돼, 1370년 고려를 침범한 왜구가 일본 쓰시마섬으로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2012년 10월 국내 절도범 9명이 현지 간논지에 있던 불상을 훔쳐 국내로 밀반입한 뒤 경찰에 적발되면서 소유권 분쟁에 휘말렸다.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서산 부석사는 불상에서 나온 결연문에 ‘서주에 있는 사찰에 봉인하려고 이 불상을 제작했다’는 내용을 근거로, “왜구한테 약탈당한 불상인 만큼 원소유자에게 반환해야 한다”면서 2016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듬해 1월 “왜구가 도난이나 약탈을 통해 불상을 가져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취지로 부석사 측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국가를 대리해 소송을 맡은 검찰은 “서산 부석사가 현재의 부석사와 동일한 권리주체라고 볼 수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항소했다.

간논지 측도 지난해 6월 항소심 재판 과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은 공판에서 “1527년 조선에서 일본으로 돌아올 때 불상을 양도받아 가지고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부석사 관계자들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를 결정했다. 부석사 측 김병구 변호사는 “소송 과정에서 부석사의 동일성을 입증하기 위해 수많은 자료를 제출했고, 서산시에서 지표조사까지 했는데, 같은 절이 아니라는 재판부의 결론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 부석사 주지 원우 스님은 “용기 있는 대한민국 판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필요하면 발굴 조사를 해서라도 반드시 증거를 찾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항소심 법정에는 불상 절도범 중 1명인 A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판결 직후 A씨는 “불상을 훔쳤다가 3년의 징역을 살고 나왔다”며 “적절한 보상을 받고 불상을 부석사에 돌려주려고 했는데 공범 한 명이 팔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판결이 나온 후 일본 정부는 불상의 조기 반환을 한국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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