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이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다루는 3단계 협의체다. 국장급 협의는 한창 진행 중이고, 외교장관(차관)회담은 이달 중순 열릴 가능성이 높다. 그다음은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으로 건너가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만나 매듭짓는 시나리오다.
우리 외교부는 지난달 12일 공개토론회에서 '제3자 대위변제'를 해법으로 공식화했다. 국내 기업의 기부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먼저 배상하고, 이후에 일본 기업의 참여를 도모하는 방식이다. 이에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호응'을 촉구하고 있다.
양국은 국장급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급'을 높여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한일 국장급 협의 직후 "폭넓게 협의하는 과정에서 고위급 협의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관건은 우리 대통령실에 해당하는 일본 총리실이 어디까지 참여할지에 달렸다. 정부는 총리실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일본 측은 "양국 외교부가 협상할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총리실이 뒤로 빠지면 책임 있는 후속조치가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강제동원 해법을 둘러싼 양국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만큼, 외교당국 간 협상을 넘어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성의 있는 조치로 거론되는 일본 정부의 과거사 담화에 대한 입장 표명의 경우, 일본 총리가 나서는 것과 관방장관이 대독하는 건 무게감이 다르다.
향후 배상에 일본 기업의 참여를 촉구하는 과정에서도 총리냐 장관이냐에 따라 무게감이 달라질 수 있다. 외교 소식통은 1일 "일본 외무성이 일본 기업의 참여를 촉구하는 것과, 일본 의회나 총리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정치적으로 의미가 크게 다르다"면서 "하지만 총리실이 나서지 않고 있어 의견 조율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은 외교당국 차원에서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모두 정리해야 한일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총리실이 협상과정에 적극 관여하는 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자연히 기시다 총리가 직접 과거사에 대한 반성의 뜻을 밝히는 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외교적 부담이 가중될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바꿔 말하면 그에 상응하는 우리 측의 양보를 요구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나 정부의 사죄 표명 모두 양국의 정치적 결단을 필요로 한다"며 "서로가 부담스러운 부분이 많지만, 방향성을 정했다면 지도부 차원에서 책임을 지고 협의를 끌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