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과 혁신, 그리고…

입력
2023.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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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위기라는 말을 쓰면서 어려움을 과장하는 경향이 있지만, 현재 겪는 경제의 어려움은 위기라는 말을 붙여도 큰 과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나 높아지는 무역장벽과 같은 대외적인 환경도 어렵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항상 내부에 있다. 가장 걱정해야 할 내부의 문제는 활력의 상실이다. 안타깝지만 우리 경제는 신체에 비유하자면 때 이른 노화를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노화를 걱정한다면, 당연히 다시 젊어질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현재 무섭게 진행 중인 고령화를 극복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젊은이들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방안이라도 모든 조직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사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이라는 말이 만들어질 만큼 우수하다. 그들이 가진 활력을 마음껏 펼칠 기회를 열어줄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젊은이들의 잠재적인 생산성은 높지만, 그들이 그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는 일자리에 배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능력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사실 나이를 초월한 경쟁이 필요하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을 또래끼리 비생산적인 경쟁으로 지치게 만드는 대신 더 나이 든 이와 생산적인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만들어주어야 한다. 본인보다 더 많은 것을 갖춘 젊은이들과 실력으로 경쟁할 의사가 있는가? 기성세대가 진지하게 던져야 할 질문이다. 이 질문에 '예'라고 하지 못한다면 경제의 노화는 더 빨리 진행될 것이다.

경제의 노화를 극복하려면, 젊은이들의 활동 영역을 넓혀주는 동시에 곳곳에서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대개 혁신은 경쟁이 있는 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어떤가? 젊은이들은 시험을 통해 독점적 지위를 얻어내고 거기에 안주하려고 한다. 이렇게 너도나도 경쟁을 피해서 안정된 독점 지위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사회에서 혁신과 성장을 기대하는 건 그야말로 나무에서 물고기 찾는 것만큼이나 허망한 일이다.

'경쟁'이란 단어만 들으면 몸에 두드러기가 생기는 것 같이 느껴지면서 온갖 사회악의 근원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가 유아부터 청소년들에게 부과하는 경쟁압력은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의 젊은 세대가 겪는 경쟁압력의 근원은 역설적으로 경쟁을 피하기 위한 비생산적인 경쟁에서 오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가 가장 능력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은 혁신에서 먼 곳을 향해 가고 있다. 걱정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점을 기억하자. 정말 다행히도 비생산적인 시험 경쟁에서 다소 뒤처졌던 우리 젊은이들도 대단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 제발, 2등, 3등 아니 꼴등까지도 응원하고 그들을 더 열심히 가르치고 그들이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갈 기회를 주자. 그들이 노화 치료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물론 경쟁과 혁신만으로 세상이 돌아갈 수는 없다. 인류 역사 내내 그래왔듯이 새로운 무언가 만들어질 때는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피해 보는 사람들이 변화에 저항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혁신에 따르는 피해자들과 그들의 저항이 있으리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혁신과 경쟁을 주장하는 만큼이나 경쟁의 패자와 혁신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재기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재기를 위한 사회 시스템의 구축도 경쟁과 혁신을 강조하는 만큼이나 우리 경제의 노인병을 치유하기 위해 강조해야 할 우리의 과제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