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19개국이 기존 예상과 달리 역성장을 면했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31일(현지시간) 지난해 4분기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통계는 올해 1월 유로존에 합류한 크로아티아를 제외한 기존 19개국을 대상으로 한다.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에너지 비용 상승 등 경기 위축 영향이 반영됐던 로이터통신 전망치(-0.1%)가 빗나간 셈이다. 로이터는 “지난해 정부 지원이 관대했고, 유럽의 겨울이 평년보다 따뜻해 에너지 비용으로 인한 경제 타격이 적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역성장은 면했지만 호조로 보긴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이 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에 몰리며 아일랜드의 고성장이 유로존 전체의 경기 지표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아일랜드의 4분기 GDP는 직전 분기보다 3.5% 증가해 유로존 19개국 중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다른 회원국들의 사정은 달랐다. 대부분이 역성장했거나 0%대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유럽 내 경제 규모 1위인 독일조차도 4분기 GDP가 전분기에 비해 0.2% 감소했다. 이탈리아(-0.1%), 오스트리아(-0.7%) 등 다른 주요 국가들도 GDP가 줄어들었다. 투자은행 ING의 베르트 콜레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일랜드가 포함되지 않았다면 유로존 성장률은 0%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유럽의 경기 전망도 밝지 못하다. 경기 침체가 이어져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금리도 증가세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작년 7월 11년 만의 ‘빅스텝’(0.5%의 금리 인상을 의미) 이후 기준금리를 2.5%까지 올렸다. 그리고 올해 중반까지 1.5%포인트가 추가로 인상될 전망이다.
통화 긴축 정책으로 인한 경제 둔화도 우려된다. 독일의 경제학자 크리스토프 웨일은 "향후 몇 달간 뚜렷한 통화 긴축 정책으로 유로존 경제는 올 상반기에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회복세도 약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