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크로아티아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승전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며 서방의 무기 지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조란 밀라노비치 크로아티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서방의 무기 지원은 전쟁을 더 길어지게 할 뿐"이라며 "재래전에서 러시아가 질 것이라고 믿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나토 회원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기조와 상반되는 발언이다. 미국은 70톤 무게의 자국산 에이브럼스 전차 31대를, 독일은 최신예 전차인 레오파드 2 14대를 각각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발표했다.
다만 이는 ‘친러시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밀라노비치 대통령의 개인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권이 총리에 있는 크로아티아에서,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크로아티아 총리는 우크라이나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밀라노비치 대통령은 전부터 유럽연합(EU)이나 나토 지도부와도 대조적인 견해를 보였다. AP통신은 그가 2019년 당선 이후 민족주의에 영합하는 쪽으로 돌아서 서방 국가들의 대러시아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최근 몇 달간 밀라노비치 대통령은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나, 크로아티아 땅에서 우크라이나군을 훈련하려는 EU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어왔다.
밀라노비치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를 언급하며 “다시는 우크라이나 영토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크림반도는 2014년 이후로 러시아가 불법 점령해온 우크라이나 남부 영토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가 빼앗은 우크라이나 동남부 영토 탈환과 크림반도 수복을 종전 조건으로 내세웠다.
크로아티아 대통령의 발언에 우크라이나는 “용납 불가”라며 반발했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실질적으로 의심하는 크로아티아 대통령의 발언을 우리는 용납할 수 없다"라며 비판했다.
다만 크로아티아 정부에 대해서는 유연한 반응을 보였다. 니콜렌코 대변인은 해당 성명에서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변함없이 지지해준 크로아티아 정부와 국민에게는 매우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