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차기 선장이 카타르 월드컵 이후 오리무중이다. 당장 오는 3월 대표팀의 새해 첫 A매치를 앞두고 여전히 물음표다. 게다가 대한축구협회는 철통 보안 속에 2월 중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후임 물색을 끝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어쩐 일인지 외신에선 협회 측이 여러 명의 외국인 감독과 접촉해 "거절당했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교체를 택한 한국으로선 남은 시한 내 새 감독 선임이 불투명해 보인다.
최근 우루과이 매체인 텔레 문디알 우루과이는 "우루과이 대표팀이 3월 20일 한국, 27일 일본과 각각 서울, 도쿄에서 평가전을 치른다"고 전했다. 대표팀의 새해 첫 A매치 상대와 날짜가 공개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지휘봉을 잡을 새 감독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우려가 앞선다.
축구협회는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 25일 마이클 뮐러 신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온라인 회상회의'를 열어 6명의 위원들과 새 감독 선임 관련 첫 회의를 열었다. 협회 측은 후보군 관련해선 "비공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미 외국인 감독 선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18일과 21일 각각 호세 보르달라스(59·스페인) 전 발렌시아 감독과 카타르 월드컵에서 브라질을 이끈 치치(61·브라질) 전 감독에게 한국 측이 감독직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는 내용의 현지 보도가 나왔다. 국가대표팀 감독 경험이 전무한 보르달라스 감독은 빅클럽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여러 국가의 대표팀 감독을 역임한 바히드 할릴호지치(71·보스니아) 감독이 직접 한국의 감독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자국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그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알제리 사령탑으로 조별리그에서 한국을 4-2로 격파한 경험이 있지만, 2018 러시아·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 직전 각각 일본과 모로코 감독직에서 경질된 이력도 있다.
이들 외에 한국대표팀에 관심을 보인다는 '손흥민 옛 스승' 토르스텐 핑크(56·독일) 전 함부르크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58·독일)·마르셀로 비엘사(67·바르셀로나) 전 감독 등 이름도 오르내린다.
뮐러 신임 위원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전문성과 경험, 동기부여, 팀워크 능력, 환경적 요인 등이 새 감독 가이드라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외 감독들 이름만 줄줄이 나오면서 '뮐러 위원장을 선임한 것부터가 국내 감독은 배제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항서 베트남대표팀 전 감독도 "뮐러 위원장이 국내 지도자들의 역량을 얼마나 아는지 의문"이라며 외국인 감독 선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런 와중에 호주와 일본은 그레이엄 아널드,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과 각각 4년 재계약을 했다.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아시아 국가 중 한국만 잔류가 아닌 교체를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