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난방비 추가 지원...중산층 확대 신중해야

입력
2023.02.01 04:30
27면


대통령실과 당정에서 나오는 난방비 추가 대책 메시지가 매우 혼란스럽다. 취약계층 지원 확대에도 난방비 여론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자 설익은 발언들이 쏟아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산층과 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31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난방비 급등에 따른 취약계층과 중산층 지원 대책을 좀 더 꼼꼼히 짜달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하지만 중산층까지 지원을 확대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당정이 그간 더불어민주당의 30조 원 추가경정예산 편성 주장에 강력히 반대해온 것도 이런 이유였다. 주 원내대표는 며칠 전 “양심이 있다면 또다시 빚을 내자는 주장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고,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추경 검토는 없다”고 확실히 선을 그은 바 있다.

대통령실은 31일 오후 "차상위 계층 등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관계 부처에서 논의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루 만에 중산층 지원은 없다고 사실상 말을 바꾼 것인데, 논란이 되자 "중산층에 대해서도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혼란스러운 메시지에 국민들의 불만이 더 누적될 수밖에 없게 됐다.

중산층까지 퍼주기식으로 지원하는 건 결코 바람직한 해법일 수 없다. 난방요금을 올려놓고 모두 재정으로 보전해준다면, 결국 한국가스공사의 적자를 나랏돈으로 메워주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지금은 가속화하는 경기 둔화를 돌파할 종합적인 컨틴전시 플랜 마련이 필요한 엄중한 시기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작년 12월 생산, 소비, 투자가 일제히 급감했고, 오늘 공개될 1월 수출 성적표의 예고편이었던 첫 20일 무역수지는 적자폭이 100억 달러를 넘었다.

당장 여론의 불만을 잠재우려 선심성으로 곳간을 헐어 쓰다가는 정작 경기 진작이 절실한 시점에 사용할 실탄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좀더 세밀한 대책과 정제된 메시지가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