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가공식품 시장이 다양화하고 있다. 농산물 소비 촉진과 농가 소득 향상은 물론 지역 홍보 효과까지 쏠쏠해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딸기 시배지로 알려진 경남 밀양시가 대표적이다. 31일 밀양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프리미엄 딸기브랜드 ‘홍과옥조’와 손잡고 딸기 맥주 ‘알딸딸’을 출시했다. 단순히 향만 첨가하는 과일 맥주와 달리 알딸딸은 딸기 착즙액 5~8%가 함유돼 있다. 2월부터 전국 CU편의점을 통해 판매된다. 딸기 맥주 출시는 밀양 딸기 재배 상황과 맞물려 추진됐다. 연간 1,998만 톤의 딸기를 생산하는 밀양은 충남 논산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제철인 12~3월은 생과로 잘 팔린다. 하지만 당도 등 상품성이 떨어지는 4, 5월에는 제값을 받기 힘들어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어 왔다. 딸기 맥주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면 딸기 재배 농가의 부담도 덜 수 있게 된다. 밀양시 관계자는 "알딸딸은 100% 밀양 딸기만 사용해 농가 소득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북 안동시는 지난해 11월 대표 특산품인 마를 첨가한 젤리를 출시했다. ‘산에서 나는 장어’라 불릴 만큼 영양분이 풍부한 마는 끈적한 점성과 밋밋한 맛으로 가공식품으로서의 가치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마 젤리는 끈적이는 점성을 가진 ‘뮤신’을 그대로 살리면서 탄력성 있는 식감을 완성했다. 알밤의 고장 충남 공주시는 지난해 지역 유가공 업체 청신목장과 함께 알밤우유, 알밤요거트를 개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순주 청신목장 대표는 "알밤을 활용한 제품을 내놓고부터 매출이 10배로 늘었다"며 "특허 출원도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전남 보성군은 유기농 녹차를 넣은 매콤하고 담백한 녹차라면을 출시해 호평을 받고 있다. 전북 전주시가 전주 10미(味) 중 하나인 미나리 44%를 첨가해 만든 미나리만두도 현지 관광객들 사이에서 ‘필수 먹거리’다.
지자체들이 가공식품 개발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는 농산물의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부가가치도 최소 2배 이상 증대시킬 수 있다. 경남 통영시의 경우 지역 도넛 제조업체 욕지고메원과 합작해 만든 ‘고메원 도넛’ 출시 이후 욕지도 고구마 수매량은 30% 이상 늘었다. 생고구마 1kg 시세는 3,000원이지만 도넛으로 만들어 팔면 8만원의 부가가치를 낸다. 지역 홍보나 관광객 유치 등 연쇄적인 효과도 크다. 이미 제주 감귤초콜릿이나 충남 천안 호두과자, 경북 경주 황남빵 등은 이런 효과를 톡톡히 누린 지 오래다.
식품기업들도 적극적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10월 국내 농가와 '한국농업 상생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해 제주 특산물로 만든 '오뚜기 똣똣라면'과 'X.O. 교자 제주유채' 등을 선보였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커피 브랜드인 빽다방도 지난달부터 ‘우리가치 프로젝트’를 통해 경북 예천 사과를 활용한 시즌 한정 상품을 내놨다.
하두종 농촌진흥청 농산업경영과 총괄팀장은 "신선농산물이 도매시장에 나가면 주어진 가격대로 돈을 받아야 하지만, 가공식품으로 만들면 스스로 가격을 매길 수 있다"면서 "특히 지자체와 기업이 협업하면 지자체는 유통, 마케팅 등의 부수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기업은 사회공헌, 착한기업 등의 이미지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어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