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식품의 진화…"고기·계란·투명 콜라까지 만든다"

입력
2023.02.01 04:30
14면
푸드테크 스타트업 인테이크의 한녹엽 대표
대체육과 계란, 대체당 식품들 개발
투명 콜라와 대체 밀가루에 도전 "네슬레 꺾을 것"

채식주의자들의 육류 대안으로 출발한 대체 식품은 이제 인류 생존이 걸린 식량 부족을 해소할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자원연구소와 글로벌 하비스트 이니셔티브 등 국제단체들은 2050년 세계 인구가 97억 명에 육박하며 식량 수요도 2006년 대비 약 70%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식량 생산이 인구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식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체 식품이 주목받는 이유다. 전통 농업과 축산만으로 해결이 힘든 식량 부족을 대체 식품이 메워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메티큘러스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대체 단백질 시장은 연평균 약 8%씩 성장해 2025년 약 179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세계육류시장에서 대체육 비중도 현재 10%에서 2040년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신생기업(스타트업)들도 대체 식품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한녹엽(36) 대표가 2013년 창업한 인테이크는 대체 식품을 개발하는 대표적인 식품기술(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이 업체는 대체육과 계란, 당분 등 다양한 대체 식품을 내놓아 2021년 매출이 125억 원으로 대체 식품 분야에서 국내 1위다. 서울 명달로에 위치한 인테이크 사무실에서 한 대표를 만나 이들이 만드는 대체 식품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 봤다.


대체육과 대체 계란 개발

이 업체는 콩이나 녹두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이용해 분쇄 가공육 형태로 대체육을 만든다. 생산은 서울 가산동 연구센터와 공장에서 한다. "분쇄 가공육은 고기를 갈아 햄과 소시지, 패티나 너겟 형태로 만드는 식품입니다. 2019년부터 서울대 식품공학과와 함께 개발했죠."

닭가슴살을 대체한 가공식품도 곧 나온다. "천연 닭가슴살보다 단백질 함량이 15% 높아요. 반면 콜레스테롤과 트랜스 지방은 전혀 없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 대표는 구워 먹는 실제 고기 형태의 대체 삼겹살을 만들고 있다. "정육점에서 파는 삼겹살과 형태, 색깔은 물론이고 육질, 맛과 향까지 그대로 구현할 예정입니다. 내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농림축산식품부 국책과제를 수주해 개발비 10억 원을 지원받았어요."

아직까지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실제 고기 형태의 대체육은 나오지 않았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리디파인이 3D 프린터로 찍어내는 원육 형태의 대체육을 개발했지만 대량 생산이 힘들어요. 그래서 대량 생산 방식도 같이 연구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 한 대표는 근육과 지방층, 표면을 따로 만들어 붙이는 방식을 개발 중이다. "완성되면 세계 최초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원육 형태의 대체육이 됩니다. 대체 삼겹살이 완성되면 그다음 단계로 쇠고기 등심과 안심을 천연 고기 형태로 개발할 계획이에요."

식물성 단백질을 가공한 대체 계란도 국내 최초로 개발해 팔고 있다. "지난해 10월 흰자와 노른자를 섞은 액체 형태의 대체란을 개발했어요. 스크램블드에그와 계란찜을 만드는 데 쓰이죠.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저스트에그에서 만든 액체 형태의 대체란과 거의 동일한 품질을 구현했어요."

흰자 성분만 분리한 대체란도 조만간 내놓는다. "제과·제빵업계에서 흰자 성분을 많이 사용해요. 흰자는 거품을 형성해 빵이나 케이크를 부풀리는 데 쓰이죠. 그만큼 흰자만 분리한 대체란은 시장 수요가 커요."

미생물 이용한 단백질 배양 기술 확보

단백질은 육류와 식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생물에도 있다. 이를 이용한 미생물 단백질 마이코프로틴도 개발했다. "마이코프로틴은 미생물 자체가 단백질이에요. 약 4,000종의 균주 가운데 단백질 함량이 가장 높은 균주를 대량 배양해 건조한 뒤 가루로 만들죠. 물에 타 먹는 단백질 보충제나 식품에 첨가하는 단백질 강화제로 쓰여요. 마이코프로틴은 올해 제품화가 가능합니다."

이와 별개로 정밀 발효 단백질도 개발한다. 정밀 발효란 다른 식품에서 단백질을 뽑아내 미생물을 숙주처럼 활용해 키운 뒤 다시 추출하는 것을 말한다. "계란 흰자에 들어 있는 오브알부민이라는 단백질 성분을 뽑아내 정밀 발효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어요. 우유 단백질 등 다른 식품에 들어 있는 동물성 단백질도 같은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어요. 이렇게 되면 식물성 단백질로 구현하기 힘든 것들을 보완할 수 있죠."

정밀 발효를 이용한 단백질은 상용화하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정밀 발효를 위한 균주 기술을 확보했지만 상용화하려면 2년 정도 더 필요합니다."


대체당 이용한 투명 콜라도 개발

이 업체는 설탕도 대체하고 있다. "2018년부터 대체 당류를 이용한 탄산음료를 내놓았어요. 대체 당류는 단맛을 내지만 설탕과 달리 칼로리가 없고 체내 흡수가 되지 않아요. 사과, 레몬, 복숭아 등 5가지 맛의 대체당이 들어간 탄산음료가 월 200만 개 이상 팔려요. 쿠팡에서 전체 탄산음료 중 4위를 차지했죠. 각 편의점에서 판매 중입니다."

대체당은 스테비아와 알룰로스 등 천연 식품에서 추출한 성분과 화학성분을 조합해 만든다. "대체당은 설탕처럼 단맛을 내면서 칼로리가 없거나 낮고, 소변으로 배출돼 체내에 흡수되지 않아요."

대체당은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소재를 수입해 배합한다. 중요한 것은 천연성분과 화학성분을 적절히 조합해 단맛을 내는 배합기술이다. "최초 단맛과 중간 단맛, 끝부분 단맛을 구현하는 성분이 모두 달라요. 3가지 맛의 균형을 적절하게 잘 잡아줘야 이질감이 들지 않죠."

대체당을 사용한 음료는 기존 음료 시장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다. "2019년 대체당을 활용한 국내 탄산음료 시장이 400억 원 규모였는데 지난해 3,500억 원으로 급성장했어요. 전체 탄산음료 시장이 약 1조5,000억 원대로 추산되는데 20%가량 대체한 셈이죠. 그만큼 대체당 기술이 많이 발달했어요."

이에 힘입어 한 대표는 대체당을 이용한 투명 콜라를 개발 중이다. "콜라에 들어가는 설탕, 캐러멜 색소, 카페인, 인산 등을 빼고 무해한 대체당을 넣은 콜라를 곧 선보일 예정입니다. 콜라맛이 나는데 색소가 없어 투명하죠."

관건은 맛과 가격

관건은 맛과 가격이다. 특히 기존 식품 맛을 그대로 흉내 낼 수 있어야 한다. 한 대표는 대체육이 기존 고기 맛의 80% 수준까지 근접했다고 본다. "대체육 분야에서 기술이 가장 뛰어난 곳이 미국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입니다. 이들이 만드는 대체육은 식감과 맛이 기존 고기의 95% 수준까지 근접했어요. 다른 업체들은 80% 수준에 이르렀죠."

그는 사람들의 선입견도 맛을 좌우한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정체를 밝히지 않는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대체육을 구분하지 못해요. 그런데 대체육이라고 밝히면 맛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죠. 이런 생각이 바뀌려면 기술 발전과 시장 수요가 맞물려야 해서 10년 이상 긴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가격도 낮춰야 한다. 이 업체가 내놓은 50가지 제품 가운데 '이노센트' 브랜드로 나오는 대체 단백질과 대체란 제품은 천연 식품보다 20%가량 비싸다. 특히 대체란이 비싸다. "대체란은 천연 계란보다 두 배 정도 비싸요. 아직 액체 형태의 대체란 수요가 많지 않아 대량 생산을 하지 않기 때문이죠. 올해 생산량을 늘리면 천연 계란 대비 20% 비싼 수준까지 가격을 내릴 수 있습니다."

대체당을 이용한 탄산음료는 병당 1,500원으로 기존 탄산음료와 비슷한 가격이다. "대체당 음료는 기존 음료와 가격대가 비슷하지 않으면 대체하기 힘들어요. 기존 음료와 동일한 가격을 맞추는 것이 목표죠."


내년 상장 겨냥

매출은 2021년 125억 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200억 원 이상을 예상한다. "올해 매출 목표는 400억 원입니다. 1분기 흑자 전환 후 내년 상반기 상장할 계획입니다."

투자는 지난해 말 60억 원 규모의 시리즈B를 받았고, 누적으로 100억 원을 유치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 아시아, 동아쏘시오홀딩스 등에서 투자받았어요."

투자비는 대부분 개발과 생산시설에 투입된다. 전체 직원 40명 가운데 식품학을 전공한 석·박사급 연구원이 10여 명에 이른다. "서울대, 중앙대, 이화여대, 경기대와 컨소시엄을 꾸렸는데 여기 소속된 연구원이 30명입니다. 국내 대체 식품 스타트업 중 가장 많은 연구인력을 갖췄죠."

대체 식품 관련 기술특허도 8개에 이른다. "내년 30개의 특허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이 정도면 세계적 수준이죠. 임파서블 푸드가 50개 특허를 갖고 있어요."

생산시설도 상반기 중 확장할 방침이다. "인수합병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공장을 갖고 있는 대체 식품 회사와 협의 중이죠."

다음 목표는 대체 밀가루 "네슬레 꺾겠다"

한 대표의 다음 목표는 대체 밀가루다. "바나나에서 전분 소재를 추출해 대체 밀가루를 만드는 기술을 연구 중입니다."

대체 밀가루 개발은 수요가 커서 식량 위기 해소와 맞닿아 있다. "많은 땅과 물이 필요한 작물을 대체해야 식량 위기를 궁극적으로 해소할 수 있어요. 밀가루가 대표적 작물이죠."

더불어 대체 밀가루는 건강과 직결된다. "밀에 포함된 단백질 종류인 글루텐은 비만 요인의 하나로 꼽혀요. 따라서 전분의 맛을 살리면서 소화 흡수되는 전분 함량을 낮추면 글루텐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어요."

대체 밀가루는 빠르면 3월 중 첫선을 보인다. "3월에 분말 형태로 먼저 나올 수 있어요. 하지만 대량 생산까지 가려면 1년 반 이상 걸리죠."

한 대표는 서울대 식품공학과 졸업 직전인 2013년 인테이크를 창업했다. 그는 이미 학창 시절 네 번이나 창업한 경험을 갖고 있다. "창업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마케팅, 교육,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여러 번 창업하며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았죠. 그 결과 식품 분야가 일부 기업의 독과점 시장으로 정체돼 있어 혁신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중장기적인 그의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중국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 국가 등 15개국에 연 10억 원 정도 수출하고 있어요. 내년까지 수출을 110억 원 규모로 늘려 장차 아시아에서 3위 안에 드는 푸드테크가 되고 싶어요. 이후 세계 식품업계 절대 강자인 네슬레와 대적할 수 있는 힘을 길러 네슬레를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싶어요."

최연진 IT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