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원짜리 '명품' 핸드백이 불붙인 싱가포르의 '빈부격차' 논란

입력
2023.01.3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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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톡서 중저가 가방 '첫 명품' 올렸다가 조롱
양극화 상황서 "특권층 무지" 드러내 비판

아버지가 사준 7만 원짜리 가방을 명품이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자랑하려던 소녀가 싱가포르 '불평등 논란'에 불을 붙였다.

발단은 싱가포르에서 학교를 다니는 17세의 조 가브리엘이 이달 초 틱톡에 올린 영상이었다. 그는 영상에서 잡화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인 '찰스앤키스'의 가방을 구입하면서 "내 첫 번째 명품 가방"이라는 문구를 썼다. 아버지에게 고맙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명품의 뜻조차 모른다" "패스트푸드점을 고급 식당이라 부르는 격"이라는 조롱이 쏟아졌다. 중가 브랜드인 찰스앤키스 가방은 대부분 10만 원을 넘지 않는다(공식 홈페이지 기준).

조는 재차 영상을 올렸다. 2010년 필리핀에서 이주한 그의 가족은 빵조차 마음껏 살 수 없는 처지였다며 "내게 이 가방은 명품이 맞다"라고 고백했다. 이번엔 '누구나 비슷한 환경'에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특권층의 무지에 대한 지적이 터져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를 "가격표에 대한 싱가포르의 집착"이라고 꼬집었다.

조의 '명품 가방'을 둘러싼 싱가포르의 엇갈린 시선은 아시아의 부국이라는 화려한 겉모습에 가린 빈부격차를 보여준다. 싱가포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세계 11위로 아시아 명품 사업의 중심지다. 동시에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 역시 선진국 중 상위권이다. 한국보다도 높을뿐더러 한때는 '양극화의 나라' 미국마저 제치는 수준이었다.

싱가포르 변호사 에이드리언 탄은 영국 BBC방송에서 "싱가포르에는 어마어마한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함께 존재하지만, 국민은 대부분이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여긴다"라고 전했다. 소득 하위계층은 조의 가족과 같은 이주 노동자가 다수라 보이지 않는 계층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조 역시 "사람들은 그 가방이 왜 내게 소중한지를 이해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여파는 정치권에도 미쳤다. 로렌스 웡 싱가포르 부총리는 16일 연설에서 조의 사례를 들어 싱가포르 사회가 '건강하지 않은 비교'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웡 부총리는 "브랜드에 대한 선망이 가방 아닌 영역으로도 번졌다"라며 물건뿐 아니라 학교, 직업 등에서도 그럴듯한 것만 선호하는 세태를 꼬집었다. 그러면서 "서로를 인정하고 타인의 일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의 이야기는 해당 SPA 브랜드로부터 본사 초청을 받는 등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번 일에서 싱가포르가 과연 교훈을 얻었을지는 미지수라고 현지 MS뉴스는 전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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