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국무장관의 첫 중국 방문을 앞두고 미국이 전방위에서 중국을 옥죄고 있다. 주일미군 전력 증강 결정에 이어 중국 턱 밑에 있는 필리핀에 군사기지를 추가 확보하고,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기업 화웨이 고사 작전을 준비하는 식이다. 군사와 경제 양면에서 중국의 숨통을 노리는 모양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미군이 필리핀 주요 군기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 권한을 확보할 것”이라며 이번 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필리핀 방문에 맞춰 합의 사항이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새롭게 추가된 군기지 2곳은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위치해 있다. 미국은 2014년 체결된 방위협력확대협정에 따라 필리핀 내 공군기지 4곳과 육군기지 1곳에 병력을 순환 배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중국해, 대만과 가까운 루손 지역에는 기지가 없었는데 이번에 추가되는 것이다.
WP는 “이 같은 확장은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미군의 주둔을 지원하고, 동맹을 강화하며, 중국을 저지하기 위한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미군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최근 일본 오키나와 주둔 해병대를 개편해 2025년까지 2,000명 규모의 해병연안연대(MLR)를 창설키로 하는 등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비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 필리핀과의 군사협력 확대 역시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필리핀에선 친중파였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물러나고 지난해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당선된 뒤 미국과의 관계가 개선됐다. 특히 중국 해안경비대와 민병대가 필리핀 어선을 쫓아내는 등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격해지자 미국에 더 밀착하게 됐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업 견제 고삐도 늦추지 않고 있다. 네덜란드와 일본의 첨단 반도체장비 제조업체를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망에 끌어들인 데 이어 화웨이에 대한 부품 공급 전면 금지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 블룸버그통신은 상무부가 일부 기업에 미국 기술을 화웨이에 수출할 수 있는 허가증을 부여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2019년 5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가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다. 다만 5세대 이동통신(5G)과 관계되지 않은 인텔과 퀄컴 등의 일부 부품은 제한적인 수출을 허용해 왔는데 이마저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의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 등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와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도 발표한 상태다.
미국의 전방위 대중 압박은 오는 5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거세지는 분위기다. 미국 외교 책임자의 방중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1월 첫 미중정상회담 개최에도 불구하고 대화와 대치를 병행하고 있는 미중관계가 새로운 분수령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