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 사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에 다음과 같은 문의가 급증했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의 시행이 올해 4월로 다가온 까닭이었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9일 동물보호법 개정에 따른 하위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를 내놓았다.
상위법이 대대적으로 개정되는 만큼 하위법령 개정안에도 많은 내용이 담겼다. 그중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동물 소유자의 돌봄 의무에 대한 조항이다. 이번 개정안은 ‘반려동물에 대한 사육·관리 의무’에 다음과 같은 조항이 담겨 있다.
개정안의 내용들은 어웨어가 오랫동안 정부에 제안해온 내용 중 일부다. 어웨어에 문의해온 시민들은 주변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는 사육 행태를 신고해 바로잡고자 하는 선의를 품고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이 내용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법의 철퇴’를 맞게 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해 '처벌받지 않는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반려동물에게 최소한의 사육 공간 제공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육・관리 의무를 위반하여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시행을 앞둔 전부개정안에 ‘반려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가 추가로 금지되었지만, 적합한 사료와 물을 제공하는 등 적정한 돌봄에 대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선언적인 문구에 그친 제7조는 한 글자도 개정되지 않았다.
즉, 이번에 신설된 2m 이상 목줄 의무나 소유자 관찰 의무 등을 소홀히 했을 때 동물의 죽음이나 상해, 질병 등 신체적 피해를 입힌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만 처벌할 수 있다. 법을 개정할 때 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동물 돌봄 의무를 정하고, 상해나 질병을 유발하는 여부와 관계없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법적 제재가 가능하도록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향후 추가적인 입법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다 해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합의’다. 따라서 동물보호법에 언급되었다는 것은, 개를 짧은 목줄에 묶어 기르는 것이 단순히 지역이나 문화에 따른 ‘돌봄 방식의 차이’가 아니라 동물복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인식이 제도에 반영되었다는 의미가 있다. 당장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더라도, 이런 사육 행태를 목격하면 당국에 신고해 사육자에게 동물 키우는 방법을 계도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미하다. 정부는 바뀐 제도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홍보할 필요성이 있다.
이미 시민들도 동물을 죽이고 때리는 등 직접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만 학대로 여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웨어가 전문조사업체에 의뢰해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1.2%가 동물에게 물, 사료, 악천후를 피할 집 등 기본적인 관리를 제공하지 않고 기르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동물을 짧은 줄에 묶어서 키우는 행위 외에도 ‘동물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 ‘폭염, 한파 등에 야외에 방치하는 행위’, ‘뜬장에서 사육하는 행위’ 등 동물에게 적정한 돌봄을 제공하지 않고 기르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85% 이상이었으며 전년 대비 동의 비율이 증가했다.
현실적으로는 아직 동물복지 인식의 편차가 크고, 법을 집행할 행정력 역시 부족하다. 지금 당장 높은 수준의 돌봄 의무를 정하고 위반했을 때 강력히 처벌하도록 법을 개정하기는 어렵다. 법이 개정된다 해도 인식 변화도 없고, 현장에서 지킬 수 없다면 사문화된다. 현행법만 보더라도 ‘반려동물에 대한 사육·관리 의무’에 ‘동물에게 질병(골절 등 상해를 포함)이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수의학적 처치를 제공할 것’이 포함되어 있고 질병을 유발했을 경우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야외에서 개를 기르면서 가장 잘 나타나는 심장사상충 감염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필수적인 사항들은 의무 조항을 규정하고 위반 시 경고 조치나 과태료 처분이 가능하도록 하되, 구체적인 양육 방법은 지침으로 제작해 준수를 권장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교육과 홍보를 통해 시민인식을 확산시킨다면 추후 의무 조항도 확대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이 고통받는 상황을 목격할 때마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든 관심 없는 사람이든 쉽게 나오는 말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동물복지란 단순히 물리적인 학대를 피하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동물도 ‘삶의 질’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종(種)과 기르는 목적을 불문하고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상식이 되어야 '동물복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강화 방안’을 발표해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동물학대의 범위를 ‘신체적 질병, 상해 발생’에서 ‘동물이 고통을 겪는지’로 전환하고 동물의 정상적인 행동도 복지 기준에 포함시키는 등 제도 방향성을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번 하위법령 개정을 시작으로 ‘동물도 살만한 삶을 누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정책 목표로 잡고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