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가시나무의 잎에 돋은 가시와 붉은 열매가 예수의 가시관과 피를 연상시켜 기독교 특히 크리스마스의 장식물로 널리 쓰이게 됐다는 설명을, 천리포수목원의 ‘호랑가시나무 특별전-Once upon a time in Hollywood’에서 읽었다. 호랑가시나무는 예수 이전부터, 북유럽 민담과 신화에서도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성스러운 존재로 주목받아 해리 포터의 지팡이가 그 나무로 만들어졌고, 친척뻘인 마테나무 열매로 만드는 마테차가 ‘신의 음료’라 불리게 됐다는 이야기도 알게 됐다. 목련과 함께 호랑가시나무를 특히 좋아했다는 수목원 설립자 고 민병갈 원장이 1978년 한국 홀리협회를 창립했다는 것도 그 전시를 통해 알게 되었다. ‘홀리(Holly)’는 호랑가시나무가 속한 감탕나무속 식물을 통칭하는 영어 이름이다.
미국 영화산업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할리우드(Hollywood)’의 'holly’도 '호랑가시나무 숲'이란 의미라고 한다. 19세기 서부 정착민들이 베벌리힐스와 산타모니카 산기슭에 터를 잡던 무렵, 호랑가시나무 덤불이 무척 많았다고 한다. 그 지명은 부동산업으로 큰돈을 번 하비 윌콕스(Harvey Wilcox, 1832~1891) 부부가 1887년 정착하면서 붙인 이름이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자 금주론자였던 윌콕스 부부는 음주 등의 악덕으로부터 자유로운 청교도적 도덕과 신앙의 공동체를 건설하고자 1883년 카후엔가 계곡 너머 160에이커의 땅을 매입해 4년 뒤 정착하며 카운티 등기소에 ‘할리우드’라는 이름으로 신생 마을을 등기했다. 일가는 부지 일부를 팔아 교회와 학교, 도서관을 짓고, 도로를 정비했다. 1900년 무렵 할리우드 인구는 약 500명 정도였고, 10년 뒤 상수도 서비스를 받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시에 편입됐다.
미국 영화업계가 남부 캘리포니아의 좋은 기후와 영화 촬영에 유리한 풍부한 일조량, 대규모 노동시장, 상대적으로 싸고 빈 땅이 많은 할리우드에 주목한 것도 1900년대 무렵이었다. 윌콕스 부부의 종교적 이상은 그렇게 이름으로만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