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급증으로 피해 규모 역시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교통사고로 위장한 '살인'을 반복적으로 저지른 뒤 보험금을 챙긴 사기단이 적발되는 등 수법 역시 점차 흉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 정성민)는 지난달 8일 살인 및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42)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2020년 전북 군산시에서 고령인 A(76)씨를 차로 들이받아 숨지게 한 뒤, 과실인 것처럼 꾸며 형사보상금과 변호사 선임비 등 총 1억7,6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김씨에게는 보험사기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다. 경찰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만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넘겼기 때문이다. 살해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김씨가 받은 보험금 중 일부를 A씨 유족 합의금으로 사용하는 등 가해자와 피해자 간 합의가 이뤄졌다는 게 경찰 판단이었다.
하지만 검찰의 생각은 달랐다. 전주지검 군산지청 형사2부(부장 김해경)는 김씨 차량 블랙박스를 살펴보던 중 김씨가 사고 직전 가속을 하고, 충돌 직후에도 A씨를 향해 핸들을 꺾는 장면을 발견했다. 당시 차량 속도가 시속 42㎞였던 점을 고려하면 살해 고의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황이었다. 수사팀은 김씨 보험가입 및 통화 내역을 확보했고,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대검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 의뢰하는 등 보강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 수사로 김씨의 조직적이고 지능적인 범행 전력은 하나둘씩 전모가 드러났다. 2009년 3월 남편 이모씨와 함께 보행자를 사망케 한 사건부터 A씨 사망 사건까지 10년 넘게 고의로 일으킨 교통사고만 39건에 달했다. 이 중엔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이 3건이나 됐다.
이를 통해 이들이 받아 간 보험금은 5억3,000만 원에 달했다. 가입한 보험만 85개였다. 남편 이씨는 A씨 사건 직전 김씨, 지인과 공모해 서로에게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수법으로 1,361만 원 상당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교통사고를 가장해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살해하는 방법으로 보험금을 취득했다”며 “기대여명이 얼마 남지 않아 유족들과 쉽게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는 고령의 피해자를 골라 범행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질타했다.
최근 보험사기는 급증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의 집계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이 제정된 2016년(7,185억 원) 이후 2021년(9,434억 원)까지 31% 증가하는 등 매년 오름세를 보인다. 보험연구원·서울대가 비적발액까지 포함한 전체 보험사기 규모를 추정한 결과 2018년 기준 무려 6조2,000억 원에 달했다.
법조계와 보험업계는 보험사기를 인지수사해 과실로 위장된 범죄를 밝힐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모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변호사)은 "보험사기를 전담하는 범정부 대책기구를 설치하는 등 유관기관 간에 관련 보험사기 정황 정보를 쉽게 파악해 인지수사가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경찰 등 보험사기를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9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보험사기죄에 관한 검사의 직접수사가 가능해진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서울북부지검 중경단(단장 권도욱)은 직접수사를 통해 2억 원에 가까운 보험금을 편취한 중고차매매단을 적발했다. 애초 경찰이 외제 중고차 매매로 8,190만 원을 편취했다는 사기 혐의로 불구속 송치한 사건이었다. 검찰은 △메시지 △계좌 보험금 입금내역 등을 살펴본 끝에 최근 이들을 보험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