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규모 규제지역 해제를 단행한 3일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주택시장에도 조금씩 온기가 도는 모습이다. 바닥으로 치닫던 매수심리가 소폭 되살아나면서 집값 낙폭도 줄었다. 집값이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일부의 기대 속에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5일부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뺀 서울·수도권 모든 지역의 규제가 풀렸다. 대출·세제 규제가 일제히 해제돼 주택 매매가 수월해졌다. 서울에서도 전세보증금으로 집값을 충당하는 '갭투자'가 가능해진 게 가장 눈에 띈다. 규제지역 해제로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위한 2년 실거주 요건이 사라진 덕분인데, 시장은 강력한 수요 진작 정책으로 평가한다.
이런 전방위 규제 완화 덕분에 매수 문의도 부쩍 늘었다는 게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서울부동산정보광장)은 지난해 10월(559건) 이후 733건(11월), 828건(12월)으로 두 달 연속 늘었고, 이번 달도 지난달 거래량을 다소 웃돌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말 -0.74%로 역대 최저를 찍은 서울 아파트값 주간 변동률은 이번 주엔 -0.31%로 하락폭이 절반 넘게 줄었다. 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넷째 주 66)는 4주 연속 올랐다.
지표상으로는 일견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매도·매수자 간 희망가격 간극이 워낙 커 현장에선 여전히 관망세가 우세하다. 호가를 크게 낮춘 급매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는 탓에 실거래가도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 대장주인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는 15억3,000만 원(1층), 15억8,000만 원(2층)에 각각 거래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딱 1년 전 20억 원 안팎에 거래된 걸 감안하면 저층이라 해도 2019년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라며 "급매만 나가는 터라 거래가 살아났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경기 의왕시 인덕원 푸르지오 엘센트로 아파트도 그간 거래가 전무하다 최근 전용 84㎡가 9억6,000만 원(6층)에 손바뀜됐다. 2년 전 16억 원으로 최고가를 찍은 뒤 줄곧 내려 10억 원선을 웃돌더니 최근 그마저 깨진 것이다.
시장은 여전히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무게를 싣는다. 집값이 떨어지긴 했지만 집값 상승이 시작된 2019년에 비하면 여전히 높아 매수자 눈높이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락하는 추세도 변수다. 고금리에 입주물량이 몰린 영향이다. 내달 입주를 앞둔 서울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59㎡ 매매가는 18억 원 안팎이지만, 전세 시세는 6억5,000만 원까지 밀렸다. 지난 3년간 서울·수도권 집값은 전셋값 상승을 발판으로 급등했는데, 지금처럼 전셋값이 떨어지면 그만큼 집값 상승의 원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장관도 연초 집값이 높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며 "경착륙이 되지 않도록 여러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