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아들 쇼타로(32)씨의 철없는 행동이 또 다른 악재로 떠올랐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 9~15일 유럽·북미 5개국을 순방하는 동안, 총리 정무 비서관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아들은 공용차에 탑승해 파리와 런던의 랜드마크를 관광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기념품 구입도 공적 업무다” “소셜미디어에 올릴 사진을 찍으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궁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6일 발간된 슈칸신초 최신호는 ‘기시다 총리의 장남 비서관, 외유 때 관광 삼매경’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9일 하루 동안 파리에서 유네스코 사무국장, 헌법재판소장, 국제에너지기구 사무국장 등을 만난 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 및 만찬 회담을 했다. 그런데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아버지가 분초를 다투는 일정을 소화하는 사이 쇼타로씨는 현지 대사관 측에 ‘파리 시내 관광지를 둘러보고 싶다’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대사관은 그를 공용차에 태워 파리의 명소와 유명 식당을 방문했다. 쇼타로씨는 런던에서도 ‘시내를 견학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대사관의 공용차로 빅벤이나 버킹엄궁, 해롯 백화점 등을 둘러봤다고 신초는 전했다.
거센 비판이 제기되자 기하라 세이지 관방부장관은 27일 부랴부랴 “점검 결과 개인적인 관광을 목적으로 한 행동은 일절 없었다”고 해명했다. 기하라 부장관은 쇼타로씨가 “총리의 해외 방문을 소셜미디어로 알리기 위해 풍경이나 랜드마크의 외관을 촬영했고 총리가 선물할 기념품을 대신 구입했다”며 “자신이나 개인 목적의 쇼핑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관광이나 쇼핑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업무의 일환이었으므로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용 사진 촬영이나 기념품 구입은 관저의 중추나 다름없는 정무 비서관의 업무라 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연봉 1,000만 엔이 넘는 정무 비서관은 총리의 스케줄을 최종 조율하고, 정권의 중요 정책을 각 부처나 야당과 조정하기도 하는 요직이다. 일본 언론 보도에서 종종 ‘총리 주변’이라고 언급되는 익명의 취재원이 바로 정무 비서관이다. 지난해 10월 정치 경력이라곤 2년 동안 아버지 사무소에서 근무한 것밖에 없는 쇼타로씨가 정무 비서관에 임명됐을 때 “연고 채용”이란 비판이 제기된 것도 당연했다. 이번 보도로 인해 쇼타로씨에겐 자신이 얼마나 중책을 맡고 있는지에 대한 자각이 없다는 비판이 더해졌다.
닛칸겐다이는 “귀국 후 10일이 지났는데도 기시다 총리나 관저의 공식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등 어디에도 쇼타로씨가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파리와 런던의 랜드마크 사진은 올라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기념품을 사는 게 비서의 업무라는 설명엔 의문이 든다”며 “총리가 귀국 후에 무언가 나누고 싶다면 그 상대는 전 국민이어야 하며, 그 내용은 차나 과자가 아니라 국민 생활을 개선하는 정책과 외교 성과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