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쌀 소비량이 다시 역대 최소치를 경신했지만, 감소폭이 두드러지게 줄었다. 부쩍 오른 외식 물가에 부담을 느끼고 웬만하면 집에서 밥 먹는 편을 선택한 사람이 많아졌던 게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통계청이 공개한 ‘2022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이었다. 1년 전(56.9㎏)보다 0.4% 감소했고, 집계가 시작된 1962년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30년 전인 1992년(112.9㎏)과 견주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눈에 띄는 것은 기울기다. 2019년(-3.0%) 정점을 찍은 뒤 3년째 내림세가 둔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꼽은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일시적 집밥 수요 증가다. 국ㆍ찌개ㆍ탕 등 다양해진 가정간편식 상품과 더불어 고물가 국면에 대폭 뛴 외식비가 가정 내 쌀 소비의 촉매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7.7%)은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았다. 또 하나는 1인 가구 확대 추세다. 상대적으로 쌀 소비량이 많은 이들 가구가 얼마간 급락을 막고 있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그러나 완만해진 하락세가 유지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2017년 -0.2%까지 감소율이 축소됐다가 이듬해 -1.3%로 반등한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각각 50.7㎏, 44.1㎏인 일본과 대만에 견줘도, 현재 한국의 쌀 소비 수준이 바닥까지 내려가지는 않았을 공산이 크다. 더 떨어질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수급 균형 회복이 아예 무망하기만 한 일은 아니다. 우선 가공용 쌀 소비량이 늘고 있다. 지난해 식료품ㆍ음료 제조업 부문의 경우 쌀 소비량(69만1,422톤)이 1년 전(68만157톤)보다 1.7% 증가했다. 특히 레토르트 식품이나 냉동식품, 즉석밥 같은 반조리 식품을 만드는 기타 식사용 가공처리 조리식품 제조업의 쌀 소비량(14만4,595톤)은 같은 기간 27.2%나 급증했다. 정부의 소비 촉진도 예고됐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전 국민이 참여하는 소비 캠페인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작년 쌀 소비 결과를 토대로 추정된 올해 쌀 수요 규모(367만 톤)는 넉넉한 편이다. 이에 올해는 오히려 쌀 공급이 28만 톤 부족하리라는 게 정부 예상이다. 당초 농식품부는 2022년 생산된 쌀 376만 톤 중 37만 톤을 사들여 시장에서 격리할 계획이었지만, 내달 초 ‘양곡수급안정위원회’를 열어 매입 지속 여부 등을 다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