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꽃 피우는 예술한류

입력
2023.01.29 12:00
25면

편집자주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모두 성취한 대한민국이 글로벌 문화강국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K컬처가 현지문화와 융합해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현장을 지키는 해외문화홍보원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프랑스 파리는 지상의 연인들에게 빛나는 추억과 낭만을 잉태하는 도시이자 서구 문화의 알파요 오메가라 불리고 있다. 에펠탑, 센강의 무수한 다리와 박물관 그리고 수많은 카페와 샹젤리제 거리는 사랑과 감동, 추억의 이미지를 오늘도 선사하고 있다. 이런 파리와 프랑스에서도 한류는 예외가 아니다. 얼마 전 프랑스 영부인도 참석한 블랙핑크 공연과 더불어 BTS 같은 K-POP 그룹과 오징어 게임 등 드라마들이 한류를 주도하고, K컬처 관련 축제와 프로그램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은 2022년 5월, 불교 연등회를 디지털 '미디어 연등회'로 꾸미고 '궁의 사계절'을 '고궁연화'란 이름의 '메타버스형 미디어매핑' 전시로 구현하여 파리지앵들을 매혹시켰고 언론의 뜨거운 조명을 받았다. 파리 시립 박물관 연중 관람객을 능가하는 5만6,000명 관객이 찾았으며, 아침부터 밀려오는 인파와 쇄도하는 단체관람객을 선별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도 하였다. 30년 전 유학 시절, 문화원을 생각하면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전통문화 예술이 화려한 디지털 콘텐츠로 개화하는 순간이었다.

2022년 12월, OVNI 국제 영상 페스티벌에 출품한 '1분 59초' 작품은 관객이 참여하는 새로운 무용 미디어 아트로 이목을 끌었다. 이러한 실감형 디지털 미디어아트야말로 독창성(Originalité)을 과감히 실현한 혁신적 기획이며,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이) 이렇게 '디지털 문화원'으로서 선두주자의 길을 가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는 말처럼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메타버스, NFT 등)에 우리의 예술 콘텐츠를 충분히 녹여낸다면 예술에 대한 다양한 욕구가 충만한 프랑스 관객들에게 '한국=디지털 미디어아트'의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즉, 전통과 독창적인 디지털 예술이 결합된 새로운 콘텐츠로, 한류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에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는 '디지털 문화자산'이라고 할 것이다.

이제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은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등과 함께 한류 관련 원스톱 융·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리 코리아센터'로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2022년 11월, 유서 깊은 '롱티보 콩쿠르'에서 우리의 이혁군이 우승을 차지하였다. 일본이 기업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국제콩쿠르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고 보면 우리의 승리는 더욱 빛을 발한다. 특히 이군은 콧대 높은 프랑스인들에게 단독 갈라 콘서트로, '파리 코리아센터'의 자랑인 오디토리움에서 K클래식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이웃한 캐나다 문화원과 인도 문화원 등 많은 파리 주재 문화원들이 '파리 코리아센터'에 주목하면서, 프로그램을 곁눈질하고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벤치마킹하는 현실을 보면서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렇게 '주프랑스 한국문화원(파리 코리아센터)'은 문화외교의 최전선에서 한류 확산의 인큐베이터이자 파리지앵들의 문화명소로 이름을 높이고 있다. 문화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파리 코리아센터'가 '메카', '팔레 드 도쿄', '샴페인'과 같이 '고유명사'에서 '일반명사'가 되기를 소망한다. 파리의 한국 문화 명소로서 파리지앵들에게 '사랑방' 반열에 오르기를 기대하면서, 이것은 나만의 상상이 아니기를 고대한다.



이일열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