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횡재세 도입'에 절레절레... 회의론 많은 이유

입력
2023.01.27 09:27
과세 일관성, 실효성, 추진 진정성 등 의문 지적
추경호 "유럽과 이익 내는 구조 전혀 달라" 
심상정 "여야가 부자감세 합의해 놓고 이제 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난방비 폭탄'을 해결하자며 추가경정예산(추경)과 횡재세 도입을 주장했지만, 당국이나 정치권 등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반대 측은 무엇보다 과세의 일관성을 해친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한국경제산업연구원 부원장인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지난 2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대담에서 횡재세 도입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원래 경제 정책과 제도는 환경, 공기와 같아서 급격하게 바꾸는 것을 가장 크게 지양해야 한다"며 "가게나 기업을 3~6개월만 보고 운영할 수 없듯이 연속적(serial) 예상이 필수"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이득이 많았다고 세율을 올려버리면, 적자를 보는 기간에는 무엇으로 버티게 되는 것인지 등 의구심이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설 연휴 다음 날인 25일 국회에서 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정부에서 전기, 가스요금을 대폭 올리는 바람에 취약계층의 고통이 매우 심각하다"며 "30조 원 추경 중 5조 원 규모의 핀셋 물가 지원금 안에 에너지 문제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유사와 에너지 기업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국민이 입는 고통을 상쇄해 줬으면 하는 만큼 차제에 다른 나라들이 다 시행하고 있는 횡재세도 제도적으로 확실하게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횡재세란 정부의 정책지원 등을 바탕으로 막대한 수익을 내는 업종에 초과이윤세를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박 교수는 "이익을 본 건 지난해고 지금은 또 다른 상황인데, 그것을 현 시점에서 횡재세로 걷자는 것은 조금 시차가 있다는 것"이라며 "만일 상황이 완전히 바뀌어서 정유사나 공공기업이 크게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그때그때 세율을 바꿀 것이냐의 문제도 있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부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횡재세는 물론 추경에도 반대한다고 즉각 선을 그었다. 본예산 집행을 시작할 1월에 추경을 논의하는 게 국가재정 운용의 기본에 맞지 않는 데다가, 추경이 자칫 안 그래도 치솟은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취지다.

추 부총리는 26일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기자단과의 약식 간담회에서 횡재세에 대한 질문에 "전혀 동의할 수 없고,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했다. 유럽과 우리는 정유사의 수익 구조 자체가 다르며, 과세 일관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추 부총리는 "유럽 등은 그들이 유전을 개발하고 유전을 통해 채유하고 정제해 수익을 만드는 구조이나 우리는 원유를 수입·정제해 판매하는 구조여서 그들 국가와 기본적으로 이익 구조가 다르다”며 또 "특정 기업이 특정 시기에 이익이 난다고 해서 횡재세 형태로 접근하기보다는 법으로 정한 법인세로 세금을 납부하는 게 건강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정의당 측 반응도 "실효성이 없다"로 미지근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26일 YTN 라디오 '박지훈의 뉴스킹' 인터뷰에서 "원론적으로는 찬성"이라면서도 "정유사 등이 영업이익을 극대화한 것은 작년으로 올해 세금을 매겨봐야 크게 실효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진정성 문제도 지적했다. 심 의원은 "작년에 올해 예산을 심의하면서 여야가 합의로 깎아준 부자감세가 5년 누적하면 65조가 되는데, 그렇게 세금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고 지금 (민주당이) 횡재세를 이야기하는 게 과연 제대로 된 대책인가에 대해서 좀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