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마포구에 사는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1월 도시가스 요금 고지서에 찍힌 '10만9,500원'을 보고 난방비 폭탄을 실감했다. 약 50㎡ 공동 주택에 혼자 사는 그는 지난해 1월 7만2,730원을 냈으니 1년 만에 3만6,000원 이상 오른 것.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 근무가 잦았지만 올해는 매일 사무실에서 일했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문제는 다음 달(2월) 가스요금이 더 오를 거란 사실이다. A씨가 지난해 2월 납부한 가스요금은 7만7,710원으로 1월보다 7%가량 많았다.
#2.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30대 맞벌이 직장인 B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1월 도시가스 요금으로 8만7,030원을 냈던 그는 2월에는 12만730원으로 50%가량 치솟았다. B씨가 이달 초 받아든 도시가스 요금은 13만7,890원. 지난해와 비슷한 '요금 상승세를 가정해도 다음 달 B씨가 내야 할 도시가스 요금은 20만 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 B씨는 "고지서를 받고 바로 인근 마트에서 단열시트(뽁뽁이)를 사 와 거실 베란다에 붙였다"고 말했다.
1월 도시가스 요금·아파트 관리비 고지서가 각 가정에 전달되면서 치솟은 난방비를 두고 걱정이 커졌지만 진짜 폭탄은 아직 터지지도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달 사용량에 따라 다음 달 고지서 요금이 찍힌다. 예를 들어 지역 도시가스 요금은 전달 둘째 주 화요일~당월 둘째 주 월요일 집계돼 '진짜 1월 난방비'는 2월 중순에 고지되기 때문이다. 평균 기온이 가장 낮은 1월 난방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최근 역대급 한파 속 가스 사용량이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통계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통계청의 '가정 부문 월별 에너지사용량'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택 도시가스 사용량은 12월 1만2,697.4 테라 칼로리(Tcal)에서 1월 1만7,506.4Tcal, 2월 1만6,759.8Tcal로 늘어난다(2019년 기준). 12월 사용량은 오히려 3월(1만2,754.1Tcal)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기료 등 다른 난방비를 감안하면 더 높은 공공요금을 낼지도 모른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발표한 '전기요금 9.5% 인상안'을 1월부터 적용했다"고 밝혔다. 1월 각 가정이 받은 전기요금 고지서에는 인상분의 일부분만 반영됐거나 아예 안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가스요금 폭탄을 피해 전기로 움직이는 난방 기기 사용을 늘리면 전기료는 훨씬 더 오를 수 있다.
게다가 정부가 올해 2분기 가스 요금을 또 올린다는 계획을 내놓은 만큼 올 하반기이후에는 더 많은 난방비를 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전 세계적 가스 가격 폭등에도 정부는 주택용 가스 도매가를 38%가량 올리는 데 그쳤고,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가스를 낮은 값에 팔아 생긴 영업손실)은 지난해 말 기준 9조 원에 달했다. 산업부는 '가스공사 경영정상화 방안'으로 가스요금을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 당 8.4원에서 최대 10.4원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시한 상태다. 이 계획이 원안대로 국회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해도 현재 가스 요금보다 40% 이상 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