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1위 비결?···설 연휴 'OTT 1억분 폭증' 이변

입력
2023.01.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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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한파'로 OTT·TV 몰려 
티빙, 지난해 설 연휴 대비 올해 1억분 이상 사용 시간 증가
전국 가구 TV 시청 시간도 29분 깜짝 상승

올 설 연휴가 전년 대비 하루가 짧았는데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용 시간이 전년 대비 1억 분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TV 시청 시간도 되레 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없이 맞은 첫 설 연휴로 하루 평균 이동 인원이 지난해보다 약 30%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이변의 연속이다. 연휴 끝자락인 23일 밤부터 이어진 막강 한파로 바깥 활동이 어려워진 데 따른 반사 효과로 추정된다.

최저 기온이 영하 20도를 밑돈 '역대급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을 때 사람들은 OTT로 몰려 들었다. 본보가 26일 티빙에 의뢰해 설 연휴 기간인 21일부터 24일까지 나흘 동안 사용자 이용 시간을 조사한 결과, 전년 설 연휴(2022년 1월 29일~2월 2일·총 5일)보다 1억967만5,700여 분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송혜교가 학교폭력 피해자로 나와 주목받은 넷플릭스 새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1이 최근 일주일(1월 16일~22일) 동안 전 세계에서 기록한 재생 시간(약 1억4,400만 분)에 육박하는 수치로, 그만큼 짧은 기간에 OTT 사용량이 급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일부터 24일까지 설 연휴에 이동한 총 인원은 2,787만 명(국토교통부 기준). 일상 회복 등으로 전년 설 하루 평균 이동 인원(432만 명)보다 557만 명이 많아져 OTT 소비 시간이 뚝 떨어질 것이란 업계 예상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시기에 연상호 감독이 넷플릭스를 통해 20일 공개한 영화 '정이'는 24일까지 나흘간 국내외 시청자를 불러 모은 덕에 세계 1위(플릭스패트롤 기준)를 차지했다. 왓챠피디아에서 '정이'의 평점은 5점 만점에 2.3점(6,850명 참여)으로 낮다. SF의 창의적 세계관을 보여주지 못한 채 모성애로 신파성을 부각했다는 혹평에도 '정이'에 시청자들이 몰린 데는 한파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목소리도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매서운 동장군을 만난 시청자들은 설 연휴에 TV 앞으로도 피신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기간 전국 가구 평균 TV 시청 시간은 8시간 56분으로 지난해 설 연휴 대비 29분 늘었다. '본방 사수'가 옛말이 된 요즘 미디어 환경을 고려하면 이 역시 깜짝 증가다. TNMS 관계자는 "설 연휴 한파로 인해 시청 시간이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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