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10곳 중 8곳 가까이가 중견기업이 된 후 정부 지원은 줄고 규제가 늘었다고 판단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 성장을 꺼리는 이른바 '피터팬증후군'이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6일 공개한 '중견기업의 경영실태 및 시사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법인 설립부터 중소기업 졸업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5년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이렇게 어렵게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중소기업 시절과 비교하면 '단점이 크다'(38.7%)고 답한 비율이, '장점이 크다'(12.6%)는 응답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았다. 조사는 최근 10년 내 중소기업을 졸업한 국내 중견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응답 기업의 불만은 정책 변화였다. 77%는 중소기업 졸업 후 지원 축소와 규제 강화 등을 체감하거나, 체감한 적이 있다고 했다. 이 중 30.7%는 '중소기업으로서 누릴 수 있는 정책 수혜를 위해 중소기업으로의 회귀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까지 했다. 전체 응답 기업으로 보면 23.6%에 해당하는 규모로 바뀐 정부의 육성책에 아쉬움을 나타낸 것이다. 플랜트 기자재를 만드는 A기업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졸업하면 법인세뿐만이 아니라 중소기업특별세액감면을 못 받고 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세액 공제도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A기업처럼 중견기업들은 가장 아쉽고 부담스러운 정책 변화로 '조세부담 증가'(51.5%)를 가장 많이 지목했고, 이어 '중소기업 정책금융 축소'(25.5%), '수·위탁거래 규제 등 각종 규제 부담 증가'(16%) 등도 부담 요인이라고 답했다.
'피터팬증후군 극복과 성장사다리 작동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조세부담 증가폭 완화'(47%)를 가장 많이 꼽았다. 대한상의 측은 "4단계 누진세 구조인 법인세 등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는 조세제도가 많아 중견기업이 되면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며 "성장사다리가 원활히 작동하게끔 인센티브 구조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대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 역시 ①조세부담 증가폭 완화(38.7%)로 조사됐으며 ②인력 확보 지원 확대(30%), ③연구개발 지원 확대(22.7%), ④해외진출 지원 확대(6.3%) 등 순이었다. 한 반도체장비 제조기업은 "요즘 취업준비생들은 중견기업이라고 해서 지원하는 게 아니라 월급이 많은 곳으로 가는 추세여서 줄어든 고용지원금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성장사다리 구축은 미래 투자와 탄소중립 등 국가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며 "정부가 최근 중견기업 성장 촉진 전략 발표를 통해 공언한 중견기업의 수출, 연구개발, 신사업 투자 지원 계획 등이 차질 없이 이행된다면 성장 사다리 작동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