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민심에 화들짝… 부처보다 앞서 대책 브리핑 나선 대통령실

입력
2023.01.2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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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난방비 인상, 文정권 에너지 포퓰리즘 탓"

대통령실이 26일 난방비 급등과 관련해 에너지 바우처 지원과 가스 요금 할인 등 대책을 내놨다. 관련 부처보다 먼저 대통령실이 정부 정책을 발표한 것이 눈에 띈다. 설 연휴 기간 최대 이슈였던 ‘난방비 폭탄’ 여론이 악화할 조짐이 보이자 대통령실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례적 오전 9시 브리핑 나선 대통령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오전 9시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난방비 폭탄’ 대책을 발표했다. △올겨울 취약계층 117만6,000가구에 한해 에너지바우처 지원 금액 2배 인상(기존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가스공사의 사회적 배려 대상자(약 160만 가구)에 대한 요금 할인 2배 확대(기존 9,000~3만6,000원에서 1만8,000~7만2,000원으로)가 주요 골자다.

관련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비슷한 시간 난방비 대책 보도자료를 배포했지만 대통령실이 이례적으로 이른 시간 브리핑을 자처해 대책을 발표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만큼 윤 대통령이 급등한 난방비로 인한 민심 악화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설 연휴 직후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취약계층의 난방비 걱정 등 기사를 접하고 부처가 아닌 대통령실 차원에서의 선제적인 대책 발표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은 설 연휴가 다 지나서도 난방비 급등 이슈를 정부가 자세히 설명하거나, 민심을 다독이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또 난방비 급등의 원인으로 대외 여건과 함께 전 정부의 요금인상 억제 정책을 꼽았다. 최 수석은 “지난 몇 년간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요금 인상을 억제했다”며 “2021년 하반기부터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2021년 1분기 대비 최대 10배 이상 급등한 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가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해 2022년 인상 요인을 일부 반영했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지난 몇 년간 가격 현실화 미흡"

그러면서 전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고 있어 지난 몇 년간 높은 에너지 가격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가격을 현실화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미흡했던 측면이 있다”며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꿔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겨울철 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점 등을 고려해 1분기 가스 요금은 동결했지만, 2분기는 어떻게 할지 말하기 이르다”며 “국민 부담이나 한전ㆍ가스공사의 재무구조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의 가스 요금 수준은 양호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최 수석은 “2021년 대비 2022년 주택용 가스 요금은 미국 3.3배, 영국 2.6배, 독일 3.6배 인상했다”며 “우리나라 가스 요금 수준은 이들 국가 대비 23~60% 수준으로 아직 낮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가스비 인상, 文 정권의 에너지 포퓰리즘"

당정도 보조를 맞췄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가스 원가가 10배 이상 올랐는데 공급 가격을 인상하지 않아 가스 공사가 적자를 입고 있다"면서 "결국 문재인 정권의 에너지 포퓰리즘 폭탄을 지금 정부와 서민들이 그대로 뒤집어쓰고 있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조만간 당정 협의회를 통해 지원 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주 원내대표는 "당장 추경은 어려운 일이지만 예비비나 이·전용이 가능한 재원을 사용해서라도 에너지바우처 단가를 30만 원 정도로 올려서 서민들의 부담을 대폭 줄여주길 바란다"면서 정부의 에너지바우처 지원 확대 대책의 신속한 집행을 주문했다.

김현빈 기자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