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고데기 사건' 가해자, 보호처분만 받았다…검찰이 소년사건으로 기소

입력
2023.01.26 14:00
만 15세로 형사 처벌 가능했지만 
형사 기소·정식 재판 없었기 때문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모티브로 알려진 ‘청주 고데기 사건’ 가해자가 형사처벌이 아닌, 소년법상으로도 낮은 수준인 보호관찰 처분을 받는 데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 고데기 사건 가해자인 김모(당시 15세)양은 2006년 10월 16일 청주지법 소년재판부로부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 등 상해) 및 상해 혐의로 ’보호자 감호위탁’과 ’보호관찰관 보호’ 처분을 받았다.

열을 이용한 미용기구인 고데기로 동급생 A(당시 14세)양 몸에 화상을 입히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학교폭력을 저질렀지만, 가장 낮은 수준의 처분을 받은 셈이다. 감호위탁은 비행전력이 낮은 소년을 그의 부모나 보호자에게 전적으로 위임하는 조치, 보호관찰관 처분 역시 보호관찰관이 전화를 걸어 품행 등을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김양이 낮은 수준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당시 수사기관과 재판부가 이 사건을 소년보호사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식 재판에 회부되면 형사처벌을 받지만, 소년보호사건으로 넘겨지면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는다.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소년원 2년 송치가 가장 높은 수준에 해당하는데 소년원 기록은 전과에도 남지 않는다.

소년보호사건 재판 기록은 10년이 지나면 자동 폐기되기 때문에, 김양이 어떻게 낮은 수준의 처벌을 받는 데 그칠 수 있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다. 다만 당시 검찰이 소년보호사건으로 김양을 기소했고, 재판부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는 정도만 남아있다. 청주지법 관계자는 “2006년 사건이라 규정에 따라 기록들이 전체 폐기됐다”면서 “소년보호사건 결정문은 원칙상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청주 고데기 사건은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로 17년 만에 재조명됐다. 드라마에선 가해자들이 “고데기 온도를 체크한다”면서 피해 학생 몸에 가열한 고데기로 화상을 입히는 장면이 나온다.

충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양은 2006년 4월 중순부터 20여 일간 동급생 A양을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 ‘돈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행했다. 야구방망이로 온몸을 때렸을 뿐 아니라, 드라마에서처럼 교실에서 고데기로 A양의 팔을 지지고 옷핀으로 가슴 등에 상처를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김양은 A양에게 자신 대신 다른 동급생 이름을 가해자로 지목하라고 협박하기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은 폭행 등의 혐의로 같은 해 6월 2일 구속됐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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